해방기 최초의 장편소설 김남천의 ‘1945년 8.15’ 전작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빛을 보게됐다. 해방 62주년을 맞은 2007년 8.15 시점에 맞춘 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해방직후 1945년 10월부터 ‘자유신문’에 연재되기 시작, 이듬해 6월28일자로 중단된 미완의 장편소설이다. 새나라 건설의 진보적 신념을 담지한 연인 김지원과 박문경이 해방기 역사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으로 서사적 완결을 예비하면서 중단됐다. 미완이기는 하나 작품의 문학적 성과를 논하기에는 전혀 문제없는 서사적 형상화를 갖추고 있다.

이희환 인하대 BK21 박사후연구원이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생들과 당시 연재본을 대상으로 원문을 살려 작품을 복원, 계간 ‘작가들’에 지난해부터 4회에 걸쳐 나눠실었다. 연재를 마치자마자 원본 신문과 재교열을 거쳐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책임편집을 맡은 이 연구원은 한국근대문학사에서 소설가이자 문예이론가로서 두드러진 문학적 성과를 남긴 김남천의 문학적 완결이자, 진보적 지식인으로 그가 남긴 우리역사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짚는다.

분단과 전쟁으로 말미암아 연재가 중단되더니, 작가의 월북과 의문의 죽음, 게다가 연재된 신문마저 온전히 복원되지 못한채 그 존재조차 사라져버린다. 그나마 1988년 정부의 월북문인에 대한 공식 해금이후 90년대 들어 일부 연구자에 의해 간헐적으로 작품소개와 연구가 이루어져왔던 것이 전부다.

이 연구원은 단행본 권말에서 이 작품과 또 다른 해방기 대표적 장편소설 염상섭의 ‘효풍’, 김동리의 ‘해방’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들 세 작가의 삶은 그 시대에 갇혀 각기 다른 운명을 겪으면서 사라졌지만, 그들의 작품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겨 있다.”며 “문학과 정치의 이항대립, 승리와 패배를 강요하는 저열한 현실 논리로 좌절했던 해방기 역사적 상처를 뒤로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해 화해와 평화가 깃든 새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 성찰이 필요함을 ‘1945년 8.15’는 새삼 되묻고 있다”고 던진다. (도서출판 작가들, 368쪽 1만3천원)

김남천(1911~1951)은 누구?


소설가이자 문예이론가다. 1911년 평남 성천에서 출생했다.

1929년 일본 호세이대학에 입학, 카프(KAPF) 동경지부에 임화, 안막 등과 함께 참가했다.

평양고무공장 파업에 참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장신문’ ‘공우회’를 발표하면서 등단, 제 1차 카프 검거사건으로 기소돼 2년의 실형을 받았다.

1935년 5월 임화, 김기진과 카프 해산계를 경기도 경찰국에 낸다. 이후 고발문학론, 모랄론 등을 제출하는 한편 이를 녹여낸 소설들을 발표했다.

해방 직후 임화 등과 조선문학건설본부 설립을 주도하고, 10월15일부터 장편 ‘1945년 8.15’를 연재했다.

진보적 리얼리즘의 구현을 위해 활발한 문예운동을 전개하다가 결국 1947년 말 월북했다. 1951년 남로당 숙청 과정에서 일가족과 함께 총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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