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작가 민은숙을 따라다니는 단어는 ‘공간’이다. 오래전부터 공간을 화두로 작품에 몰입해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광의의 개념으로 출발했다. 우주공간 전체를 아우르려고 애를 썼다.

최근 들어 변화가 찾아왔다. 무한함을 압축하려는 시도다. 해서 작가가 택한 것이 ‘창’이다. 창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공간으로 귀결점을 찾아냈다. 1년전 개인전에서 펼쳐보인 작업은 이 지점에 머물러 있다.

정확히 1년만에 다시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번에 선보였던 창이 등장한다.

“창을 통한 공간에서는 가시적인 사물의 외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부분을 재해석해 담아냅니다. 여기서 비가시적인 것은 관념, 대상과 공간 사이 존재하는 힘, 일상 경험에서 나오는 내적 반응들을 의미합니다.” 작가가 해석을 단다. 내포된 의미가 깊다.

작품 전체 프레임이 사각형 창이다. 이를 둘 혹은 수개면으로 분할, 각각 가시적·비가시적 성격을 부여한다. 창 안에는 꽃과 원(圓)의 형상이 등장한다.

“꽃잎은 사람을 이미지화한 거예요. 나 일수도, 제3자 일수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내포하고 있어요.”

원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간다. “시계를 떠올릴 때 예컨데 12라는 시점에서 계속해서 돌아가는 형상이죠. 처음과 끝이 만나는 뫼비우스 띠처럼 계속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이것을 원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했어요.”

작가는 두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들의 반복적인 일상과 그 의미없음을 빗대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기계적으로 판에 박힌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단순해보이는 화면 이면엔 중첩된 우리 삶의 속성이 담겨있습니다.”

그 의미가 무거움에도 드러나는 그림은 한없이 따듯하고 편안하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파스텔 색조가 평화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보여지는 그대로 꽃과 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도 관람자의 몫이지요. 뭔가 마음에 닿는 것이 있다면 그순간 이미 나와 그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편안하게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작품을 보는 이의 느낌도 나와 같다면 좋겠어요.”

이번이 여덟번째 개인전이다. 지난 17일 개막, 23일까지 인천 신세계갤러리를 채우고 있다. 대부분 100호에 500호도 있다. 여느 때처럼 큰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번 전시와 달라진 경향을 끄집어낸다면 형식에 있어서 평면으로 갔다는 점입니다. 일체의 오브제를 생략했어요. 늘 변하려고 노력합니다.” ☎(032)430-1157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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