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천살리기에서 여태껏 소외됐던 곳이 남동공단 유수지다. 괜히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손대지 않은 것만도 못한 꼴이 될 수 있다는 패배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남동공단 제1유수지 61천3㎡는 승기천 살리기의 성패를 가늠하는 꼭짓점이고, 남동공단 유수지가 살아나지 않는 한 승기천 살리기는 그저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992년 완공된 남동공단 유수지(제2유수지 10만㎡ 포함)는 한국토지공사가 남동공단 터 956만5천536㎡를 조성하면서 생겼다. 바다와 닿은 갯골수로에 제방을 쌓아 만든 남동공단의 홍수조절용 방재시설이다.




(▲수질개선을 위해 여러 노력들을 기울였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남동공단 제1유수지.)

문제는 378만8천t에 이르는 물을 담고 있는 거대한 호수, 남동공단 유수지가 썩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ℓ당 57.9㎎으로 호소수질 기준 중 최하위인 5등급(ℓ당 10㎎이하)의 5배를 훨씬 넘고 있다. 총질소(T-N)은 ℓ당 13.55㎎으로 호소수질 5등급 기준(0.15㎎이하)의 100배 정도에 달한다. 총인(T-N)도 2㎎으로 호소수질 5등급 기준(1.5㎎이하)을 초과하고 있다.

오염정도에는 이견이 있지만 남동공단 유슈지 퇴적토도 오염됐다.인천지역환경기술센터가 지난해 분석한 결과 퇴적토에 함유된 납은 ℓ당 0.011~0.026㎎으로 나타나 지정폐기물 기준(3㎎)보다 훨씬 낮았다. 카드뮴도 불검출 돼 지정폐기물 기준(0.3㎎)보다 밑돌았다. 6가크롬과 구리, 비소, 수은, 시안 등 법이 정한 중금속 농도가 지정폐기물 기준에 못 미쳤다.

이는 승기하수처리장 오수(奧水)관으로 유입되어야 할 남동공단과 연수택지개발지구의 폐수와 생활오수가 잘 못 연결된 우수(雨水)관을 타고 막 바로 유수지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남동공단 유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인천시와 남동구는 유수지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써 왔다.

구는 지난 95년부터 97년까지 4억4천여만 원을 들여 남동공단 입주업체의 우수관과 하수관 서로 연결돼 있는 오접관을 잡았다. 하지만 IMF관리체제로 입주 업체가 50%정도 바뀌면서 하수관 개보수로 따로 떨어져 있어야 할 우수관이 오수관에 다시 잘못 연결됐다.

이어 구는 지난 96~97년 3억 원을 들여 정수식물인 부레옥잠을 심었다. 그러나 워낙 번식력이 뛰어남 부레옥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생하는 바람에 용존산소 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시는 2002년부터 2005년 49억 원을 들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서 승기천을 따라 12.7㎞구간 양쪽 가에 생활하수를 한군데로 모으는 차집관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그다지 효과를 못 보고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남동공단 제1유수지를 살리기 위해선 퇴적토(추정량 10만5천600㎥)를 걷어내는 근본적인 처방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때 마침 2005년 12월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의 실시설계 적격업체 선정 심사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남동공단 유슈지의 퇴적토를 걷어내겠다고 제안했다.

대우건설(참여지분 37.2%)과 현대건설(〃29.8%) 등 대형 건설사와 대원건설산업(〃28%), 영동건설(〃5%) 등 지역 업체가 참여한 이 컴소시엄은 23억여 원을 들여 토사와 함께 제1유수지 25만6천㎥를 걷어낸 뒤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의 토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제안으로 대우컨소시엄은 2천267억 원에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를 맡게 됐고, 인천시는 골칫덩어리인 남동공단 유수지의 퇴적토를 손 안대고 치울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공사를 하던 대우컨소시엄은 느닷없이 남동공단 퇴적토를 치울 수 없다고 나왔다. 당초 20여억 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따져보니 그 10배가 넘는 280억여 원이 들어 퇴적토 준설공사를 못 하겠다고 나온 것이었다.

대우 측은 당초 오염된 퇴적토를 반출을 통해 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양질의 토사를 파낸 유수지 안의 웅덩이에 차수시설을 한 뒤 그대로 묻을 요량이었다. 이럴 경우 퇴적토 처리비가 별도로 들지 않는다.

시는 대우 측의 항변에 대해 퇴적토를 처리하기로 하고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를 수주한 만큼 당초 계약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시와 대우의 팽팽한 입장 차는 법적 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남동공단 유수지 퇴적토 문제가 이렇다 할 방향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야생조류 서식 송도갯벌 보호 '철새 날아드는 '승기천'으로


승기천 살리기의 주제는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이다. 2009년 도시엑스포 전까지 승기천을 철새들의 낙원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얼핏 생각하면 승기천과 철새와의 상관관계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남동공단과 연수택지개발지역 사이로 난 승기천에 ‘뭔 철새가 날아올까’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는 승기천의 단면만 봐서하는 얘기다. 승기천의 배후에는 위기를 맞은 송도갯벌이 있다.

2005년 5월 늦은 봄이었다. 인하부고 김대환(46)교사와 함께 송도국제도시 국제컨벤션센터가 자리할 인근 1공구 ‘도시철도 1호선 송도신도시 연장사업 5공구’를 찾은 적이 있다.

이 곳의 땅은 바다를 준설한 탓에 흙과 모래가 적당히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해홍나물과 칠면초 등 염생 식물과 어른 키로 자란 갈대가 어우러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조심하세요, 자칫하면 알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모래 색깔을 흰물떼새들의 알이 지푸라기 둥지조차 없이 여기저기 널려 있던 것이었다.

순간, 풀 섶에서 세계적으로 5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국제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침입자를 향한 경고였다, ‘삐~익, 삐~익’ 짖어대며 하늘을 빙빙 돌던 검은머리갈매기는 치켜들고 내리꽂다시피 달려드는 것이었다.

지금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와 인천대교 공사가 한창인 송도국제도시 23호 근린공원에는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가 알을 품고 있었다.

이 처럼 송도갯벌과 마주한 송도국제도시는 철새들의 훌륭한 서식지이나 번식지였다.?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 환경영향조사용역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송도매립지 1∼4공구에서 7종의 법적 보호 새가 발견됐다.

검은머리갈매기와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이다. 여기에 괭이갈매기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34종의 새가 관찰되기도 했다.

1990년대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개발 바람에 밀려 영종도, 특히 북측유수지에 둥지를 틀고 있던 철새들이 송도국제도시로 날아온 것이었다.

송도국제도시도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마련해 뒀어야 할 대체서식지를 제대로 조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야생조류 공원의 면적이 작다는 지적에 따라 3·4·5공구 남측 150㏊(1㏊=3천 평)와 6공구 26㏊ 등 모두 176㏊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4·5공구 남측은 신항만과의 완충녹지이고, 6공구가 대체서식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송도국제도시의 철새가 보호되지 않는 한 ‘철새가 날아드는’ 승기천은 구호가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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