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따라 읽으십시오. 이 단어는 이렇게 발음하면 됩니다.”

28일 오전 10시 인천여성문화회관 생활일어 초급반 강의실. 일명 도리우찌라고 하는 헌팅 캡을 쓴 초로의 강사가 30~40대 여성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여성회관의 올 2기 강좌가 끝나는 마지막 날인 탓에 분위기가 다소 흐트러질만도 하건만, 배우는 이들도 가르치는 이도 사뭇 진지하다.

이택우 생활일어반 강사. 94년 2월 여성회관 개관과 함께 일어 강의를 맡아 올해로 12년째 제자들을 기르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덕에 갖출 수 있었던 일본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상식, 원어민과 다름없는 발음을 그는 고스란히 제자들에게 전수해 왔다.



 
“자상하고 친절하셔서 일어에 대한 두려움을 빨리 없앨 수 있었어요. 서두르거나 야단치기 보다 몇 번이고 정확한 발음을 내주시며 체화하도록 하신다거나, 기본교재 외에도 복사본, 코팅본, 보충교재, 한자교본 등을 수시로 건네주시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실 때 감사했어요.” 지난 4월, 생활일어 기초반에 들면서 생전 처음 히라가나, 가타카나 같은 일본문자를 배운 양재희씨는 다음달 중급반으로 간다며 즐거워했다.

“일본어를 배우는 김에 일본 여성의 장점도 배우라고 말하곤 합니다. 무조건 일본 여성이 잘났다는 뜻이 아니라 그 나라 말을 배우며 그들이 갖고 있는 좋은 문화와 특성을 배운다면 1석2조니까요. 여성들이 먼저 깨우쳐야 아이들도 잘 가르칩니다. 어학은 중도 포기가 많으므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용기와 힘을 주는데 중점을 둡니다.”

이 강사는 인천시의 명예외교관으로 임명돼 활동했고, 강사 이력만 20년이 넘는 지역의 대표적인 일본통의 한 사람이다. 현재도 강의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 등을 오가며 다양한 일본 관련 활동에 참가하고 있어, 제자들로서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일본을 공부하는 셈이다.

“센세, 오갱끼데스까.(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스승에게 써보낸 제자들의 일어 편지며, 일본에 간 제자들의 엽서, 일본인 펜팔과 제자들이 주고 받은 편지들, 그가 일본에서 직접 구입해온 세뱃돈 봉투, 결혼식 부조금 봉투, 사진, 시들로 빼곡한 게시판. 우리와 다른 일본 문화의 일면을 보면서 제자들이 일본어와 더 빨리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려는 스승의 작은 배려다.

10년 넘는 시간동안 그가 길러낸 제자는 어림잡아 1천여명. 파트타임 일어통역사로, 남편의 회사 비즈니스 일어 도우미로, 혹은 아이들 지도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제자들은 그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수 년 전 이 반을 수료한 박영순씨는 대학의 일본어 전공자들이 도전할 수준인 일본어능력시험 3급을 따기도 했다.

“선생님이 종강 기념으로 일본 초등 국어 교과서에 실린 짧은 글 모음집을 선물로 주셨어요. 해석도 붙어있어 우리같은 초보자도 재미있게 읽겠어요.” 제자들은 문고본을 들어보이며 자랑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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