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8월에 시청으로 왔으니 이제 20년이 됐습니다. 열심히 임무를 수행해 온 만큼 떠나는 것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아마도 시청에서 이 보다 더 오랜기간 동안 연속으로 근무를 한 사람은 없을 듯 싶다.

시청사의 방호와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시청 청원경찰대 홍성기(59) 대장은 지난 13일로 20년간 근무해 온 시청 청원경찰 생활을 마감했다. 아직도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의 얘기를 하나하나 들어주며 해결점을 찾는 노련함은 여전하지만 이젠 쉬고 싶단다.

홍성기 대장은 지난 1987년부터 관선시장인 이재창, 심재홍, 박종우, 이영래 전 시장을 비롯해 민선 1, 2대 최기선 전 시장과 민선 3, 4대 현 안상수 시장까지 모두 9대 6명의 시장과 함께 해 온 시청의 산 역사다.

청원경찰로서 위험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을까.

“언제가 인천대학교가 시립화된다고 할 때 반대하던 일부 학생들이 시청 후문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청사, 시장실 내로 난입한 적이 있었지요. 옥상으로 도망간 학생들이 휘두른 몽둥이에 다리를 다치기도 하고. 시립화 과정의 잘잘못을 떠나 개인적으론 아찔했던 기억입니다.”

연일 벌어지는 시청 앞 광장의 집회와 민원인들을 1차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청원경찰의 일은 그래서 쉽지 않다. 때문에 1980년도에 창설돼 20년이 넘은 시청 청원경찰 중에 정년퇴직을 맞은 경우는 홍성기 대장이 세번째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인천시의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해당지역의 민원이 급증하고 집회도 많아져 청원경찰로서 그 어느때보다 힘들고 바쁜 시기를 보냈다.

‘시장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라는 민원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어떻게든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일부는 시장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비서실에 보고를 하기도 했다.

일부 민원인들은 청원경찰의 옷을 잡아당기거나 모자를 빼앗고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홍성기 대장이 얼굴을 찌푸리는 것을 본 사람은 없다.

“민원인들과 맞서기 위한 것이 저희들의 임무는 아닙니다. 흥분하거나 화가 나 있는 민원인들을 진정시키고 빠르게 담당자를 찾아 대화할 수 있도록 하면 그것이 최선의 시청사 방호입니다.”

퇴임 이후 아내와 그동안 못간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는 홍 대장은 “인천이 지금보다 더욱 살기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인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일하는 곳에서 함께 노력했다는 것만 해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요한기자 yohan@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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