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사령관’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아름답게 장식하기 시작했다.

지단은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 2006 독일월드컵 16강전에서 팀의 세번째 쐐기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3-1 승리와 8강행을 이끌었다.

지단은 2-1로 앞서던 후반 인저리 타임 상대 왼쪽 페널티지역까지 돌파해 들어가 자신을 막아서던 수비수 카를로스 푸욜을 가볍게 따돌린 뒤 오른발로 슈팅, 스페인 골 그물을 흔들었다.기자회견까지 열어 독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한 지단은 막상 실전에 들어가자 부진한 모습을 보여 화려한 작별을 기대했던 축구팬들을 실망케 했다.

대회 개막 직전 3차례 평가전과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보여준 지단의 모습은 볼배급의 날카로움이 떨어진 데다 개인기와 스피드도 예전같지 않았다.4년 전 한일 월드컵에서 맛 본 참담한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듯했다.

더구나 간판 골잡이인 티에리 앙리(아스날)와 호흡이 맞지 않아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잇따랐다.아트사커 설계자로 불리며 세차례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고 1998년 자국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유로2000)에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지단으로서는 불명예스런 퇴장이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고 누적으로 조별리그 최종전에 뛰지 못했던 지단은 체력을 비축했는지 이날 경기에서는 시작부터 상대 미드필더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중원 주도권을 잡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다.

결국 지단은 이날 경기를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로 만들겠다던 스페인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호언장담을 거짓말로 만들었고 프랑스를 ‘늙은 수탉’이라고 했던 주위의 비난마저 잠재웠다.

프랑스의 8강전 상대는 다름아닌 세계 최강 브라질. 지단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자신이 직접 두골을 몰아치며 브라질을 3-0으로 꺾어 조국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던 달콤한 기억이 있다.

지단이 4일 뒤인 내달 2일 오전 브라질과 만나 8년 전 상황을 재연하며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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