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 침탈에서 해방된 지 62년이 됐지만 일제에 강제 징집돼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거나 노무자로 끌려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청춘을 보내야 했던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보상은 커녕 위로금마저 지급되지 않아 이들 당사자나 후손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제62주년 8·15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김원웅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 규명 등에 대한 특별법’이 지난 2004년 3월 공포된 후 2005년 2월부터 2006년 6월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인천지역에서만 4천756건이 접수됐다.

시는 이를 대상으로 제출된 서류와 주변인 진술을 종합, 2천90건을 피해로 인정해 중앙의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조사 규명위원회’(이하 진장조사규명위)에 보고했으나 중앙에서는 13일 현재 1천318건에 대해서만 강제 동원 피해 결정 통지서를 가족에게 보내준 상태다.

그러나 이 조치는 말 그대로 일제 강점하에서 강제 동원돼 피해를 입었다는 결정문일 뿐 아무런 경제적 보상이 없는 서류쪽지에 불과, 징집자나 가족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3일 국회에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음에도 대통령이 예산 미확보를 이유로 법안 공포를 거부,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태평양 전쟁 희생자 지원법’은 강제동원 피해자 중 생존자에게 정부가 위로금조로 겨우 500만 원 정도를 주자는 것이나 이나마 우리 정부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법안 공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의 주장이다.

유족회 인천시지부 윤경남(67) 지부장은 “애초 정갑윤(한나라당 울산중)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일제 피해 유족에게 일시금 5천만 원에 매월 6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뼈대였으나 정부가 예산이 없다고 버텨 1차로 위로금 지급 500만 원으로 수정했는데 정부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모든 문제가 한·일 협정 당시 정부가 유·무상 지원 5억 달러와 피징용자들의 배상청구권을 맞바꾼 결과인 만큼 보상이든 위로금이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지부장은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수를 뻥튀기로 발표,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500억~600억 원만 투입하면 1차적으로 전국의 징용 피해자들의 한이 다소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 자치행정팀 임승빈 일제피해조사팀장은 “태평양 전쟁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보도 이후 시에 보상 가능 여부를 묻는 피해자 가족 전화가 자주 오고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세부 지침을 내려 보내지 않아 중앙의 진상조사규명위에 문의하라는 답변밖에 못하는 처지”라고 밝혔다.

2006년 6월30일까지 시에 접수된 일제 피해신고는 군인 1천54건, 군속 512건, 위안부 8건, 노무자 3천182건이나 중앙의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장규명위원회가 인정한 사례는 군인 504건, 군속 457건, 노무 353건 등 1천318건 뿐이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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