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하는 ‘명품도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한 인천시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지난 2004년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 발효된 근 3년만이다. 이미 시는 지난달 검찰이 대한민국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 영종도 공항신도시에서 2천여명에 달하는 성구매 남성을 적발, 소환 조사토록 한 데 이어 마지막 남은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숭의동(일명, 엘로우하우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고 있다.

시는 이곳 숭의동에 아직 33개가 넘는 성매매 업소에서 100여명의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함께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시에서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1366)를 이용, 성매매 신고가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시에서 발행하는 각종 소식지와 각종 매체, 그리고 인천지하철 등 각급 공공기관을 통해 홍보하기로 했다.여성긴급전화는 1년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언제 어디서든 국번 없이 ‘1366’으로 전화를 걸면 여성이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또 영어와 러시아어로도 서비스가 이뤄져 성매매 여성 피해자 가운데 급속히 늘고 있는 외국인 여성도 쉽게 긴급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긴급전화는 가까운 경찰과 119 구급센터와도 연결돼 위기 상황을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전문 상담소를 통한 법률 및 의료서비스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시는 이밖에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 보호와 자립을 돕기 위한 성매매피해 상담소와 지원시설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시가 지원하는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요구할 경우 민형사상의 법률적인 도움과 함께, 산부인과 진료는 물론 건강검진과 알콜 중독치료 또는 정신적 후유증에 따른 심리치료도 받을 수 있다.
또 시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립을 돕기 위해 무료 숙식에서부터 월 35만원 상당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가 현재 사단법인 인천여성의전화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성매매피해상담소 및 보호시설은 모두 4개소로 남구 숭의동에 위치한 집결지현장 지원센터(☎887-8297)와 부평구에 위치한 성매매피해상담소(☎507-0182)와 자활지원센터(☎518-8297) 등이 있다.

지난해 이곳 상담소에서는 20여차례 민방위 교육을 통해 2천500여명의 성인 남성과, 사법기관을 통해 적발된 성구매자 1천80여명을 대로 성매매 근절을 위한 교육도 펼쳤다.

시 관계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성매매에 관한 범죄의식이 낮은 것 같다”며 “성매매 근절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매매방지법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성매매 알선을 영업으로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또 성구매자에게도 1년이하의 징역 3백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보호처분 및 사회봉사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성구매도 불법 행위 남성들 바로 알아야"


인천 여성의 전화 배임숙일 회장 인터뷰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사단법인 인천여성의전화 배임숙일(48) 회장의 명함에는 인도에서 가장 천대받는 육체노동자가 되어 평생을 헌신했던 간디의 자서전에 적힌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성매매 여성 스스로 범죄자 이전에 사회적 피해자임을 인식,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배임 회장은 지난 2004년 9월 성매매방지법이 발효된 이후 인천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 구제와 함께 상담 및 자활치료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구제와 보호, 자활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배임 회장은 그동안 국가가 성매매 업소 집결지를 묵인해 왔고, 사회 안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성매매 여성에게만 보건증을 발급해 구매 남성의 편의를 도왔다며 국가 책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 피해 여성 대부분이 청소년 시기 성 사업에 유입됐다며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와 자활은 최소 3~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여성의전화에서 자활 치료를 받고 있는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은 정부 지원이 겨우 1년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감금’이란 있을 수 없다. 성매매 여성을 곱지 않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잘 알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성매매 여성 모두는 사회적 피해자다.”

배임 회장은 개인적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구제 활동에는 큰 보람을 갖지만 근원적으로 성매매를 뿌리 뽑지 못하는 현실에 보람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성구매자 중심의 성매매 근절운동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 중인 배임 회장은 자체 설문조사에서 성인 남성 86%가 성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성을 구매하려는 남성이 먼저 변화지 않는 한 피해 여성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배임 회장은 지난달 인천 영종도 공항신도시에서 발생한 검찰의 성구매 남성 2천여명을 소환한 사건과 관련해 직접 담당 검사를 만타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했다.

특별법이 발효 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성구매 남성이 성매매가 불법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 사회 구조 속에서 성을 구매하는 남성도 피해자다. 성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용인되는 한 남성이든 여성이든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배임 회장은 이달 말부터 인천에 유일한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일명 엘로우 하우스(숭의동)를 찾아 성구매 남성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술 취한 성구매 남성과 업주와의 물리적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성구매자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 이 사회 성매매는 근절될 수 없다고 본다.”

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활발한 구제 활동을 펼친 배임 회장은 이제 인천에 마지막 남은 성매매 업소 집결지에서 힘든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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