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의 순기능을 절대로 잊어버려선 안 됩니다.”

인천항 하역회사인 선광의 이승민(59) 부사장은 항운노조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 부사장의 이같은 애정은 100여년 넘게 유지돼온 인천항인력공급체제 개편(상용화)과정에서 역사적인 노사정 합의를 성사시키는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조차도 “이 부사장이 없었으면 상용화를 과연 성사시킬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라고 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5년 5월6일 노사정 대표자가 인력공급체제개편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상용화 논의는 합의서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인천항운노조가 노사정대표자의 서명을 백지화하고 강력하게 반발할 때만 해도 인천항 상용화체제 도입은 불가능하게만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정 서로간 한발씩 양보를 이끌어내 크게 벌어졌던 거리를 좁혀나가며 합의를 성사시키는데 핵심 가교역을 맡았던게 바로 이 부사장이다.

그가 상용화 일에 매달리게 된 것은 인천항만물류협회 노사분과 위원장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자리는 원래 회사의 대표자가 맡아오던게 관례였으나 노조와 대화를 이끌어갈 적격자로 이 부사장이 추대돼 지난 2005년 1월 선임됐고, 이어 4개월 뒤 사용화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용화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런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혼신을 다해 노사정을 오가며 조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항운노조는 깨어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상용화를 왜 시행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노조의 높은 인식이 상용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데 있어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지만 노사가 서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인식이다.

그는 상용화를 전담하면서 경쟁회사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용역과정에 이 부사장의 입김이 작용, 선광 측에 유리하게 용역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일부에서 터져나왔다.

“연구원을 만난 적조차 없다”는 이 부사장은 “합의보다도 앞으로의 정착이 더 중요한 만큼 노사정이 더욱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범진기자 bjpai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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