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들을 위한 공간도 중요하지만 학교안 갤러리라는 장소성에 맞춰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당당히 걸어놓고 관람객들을 받는거지요. 너무 아마추어스럽지 않게 작가들을 함께 초대했습니다. 인천여성작가연합회에서 흔쾌히 응해주었죠.”

옥련여고 연정갤러리 큐레이터이자 미술교사인 이창구 작가가 여름방학 기획전으로 학생들을 참여시킨 이유다.

테마를 부채그림으로 정했다. 미술수업시간 합죽선 부채를 나눠주고 작품을 만들도록 독려했다. 그중 50여점을 골라 갤러리에 걸었다. ‘우리의 풍류를 찾아서-부채그림전’이 1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다.

“합죽선은 세계 최초로 종이를 발라 만든 부채로 중국 일본 것과는 다른 180도 반원형 조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채의 여백에 글과 그림을 담아 안부를 전했던 조상들의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전통 회화예술로 발전해왔지요. 입체적이고 기하학적인 선면도형 속에서 빚어낸 부채그림의 회화예술은 서구적 현대회화의 입체나 설치미술에 견주어도 당당함을 내세울수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부채전에 의미를 두고 작품을 시도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해석한다.

전통적인 면만 강조하지 않았다. 재료와 정신은 전통에 두되, 현재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지가 번득이는 작품이 쏟아져나왔다.

종이와 헝겊을 덧붙여 꼴라주 형식으로 조형성을 만들어내는 가 하면, 캐릭터가 살아나기도 하고, 파스텔화를 선택하기도 했다.

인천여성작가연합회의 도움을 상기시킨다. 전시 재료가 된 부채를 제공해준데다 작가 22인이 작품을 보내왔다.

수묵화, 한국화 작가는 물론이고 성양화와 조각 전공자들도 참여했다. 전통방식의 부채그림과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명한 화가와 함께 그림을 걸 수 있다고 아이들이 마냥 신나합니다. 부채에 대한 이미지와 멋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교사로서 기분이 좋습니다.” ☎(032)834-6510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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