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금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08년부터 거주지가 아닌 타 시.도의 외국어고등학교 지원을 금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3-4년 후에는 외고의 학생 모집을 학군 단위로 축소하겠다니 외고(外高)가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이사를 하든가 외고 진학의 꿈을 버려야 할 지경이다.

김 부총리는 ‘외고의 설립 목표가 어문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인데도 졸업생의 31%만 어문계열로, 12%는 이공계로 진학하기 때문에 졸업생들의 어학계열 대학 진학률이 낮은 외국어고는 그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 신입생을 강제로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9월, 재경부는 강남의 집값을 잡기위해 판교 신도시를 계획했다. 당시, 강남 집값이 오른 이유가 교육환경이므로 강남에 버금갈 학원단지를 만들어야 하고, 강북에도 자립형 사립학교와 특목고를 많이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재경부 장관이 다름 아닌 김진표 현 교육부총리였다. 그런 이유로 3년 만에 번복한 정부의 이번 발표는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책임져야 할 교육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주었다.

더욱이 교육제도의 변경은 3년 정도 여유를 두고 심사숙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해당이 되는 교육 정책을 혁신 정책 차원에서 서둘러 발표했기에 사회적인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에는 ‘외고의 학생 모집 지역을 정하는 권한이 시·도교육청에 있음’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현장 교육의 산 증인인 교육청과 상의조차 하지 않고 발표했기에 외고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984년에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자칫 하향평준화의 제물이 될 수도 있는 우수 학생들을 국가적인 엘리트로 양성시켜 한국을 세계 경쟁 대열로 끌어 올린 중차대한 역할을 해 온 것이 바로 특목고다.

전국에는 국제고 2개를 포함한 외고가 31개이며 이중 20개교가 서울과 부산에 집중되어 있다. 재학생들은 3년 동안 216단위의 교과목 중 82단위를 외국어 과목으로 해야 하고 그것도 50% 이상을 전공 외국어로 배워야 한다. 그들은 평준화 지역에서 내신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외고 출신이기에 3. 4등급밖에 받지 못한다. 게다가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생기록부 반영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져 불이익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감안하고도 외고 진학을 택하는 데에는 그만큼 얻는 것이 있다는 학부형과 학생들의 교육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딸은 1997년, D 외고를 졸업하고 어문계열이 아닌 연세대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MBA)에 재학 중이며, 최근 하버드대 MBA 학생대표로 한국을 방문해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영어로 토론을 벌이는 실력자가 되었다. 그녀가 어문학부 대학을 졸업했다면 영어 문법에 대해 토론을 했겠지만 경영학을 전공한 덕분에 국가 경쟁력의 입지를 더 한층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외국어는 세계 경쟁력의 기본이 되었고 외고는 우수 학생들을 국가적인 엘리트로 양성시키는 요람이 되었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하며 교육환경을 바꾸었다. 장사꾼 흉내를 내는 시장터에서, 시신 앞에서 곡을 하고 송장을 파묻는 흉내를 내는 공동묘지 동네에서 서당 마을로 이사를 했기에 성인(聖人)이 된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 못지않은 교육열을 가진 분들이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다. 정부는 문전옥답과 종자 소를 팔아 자식을 교육시킨 교육열이 우리나라를 생계조차 어려운 보릿고개에서 경제부국의 대열로 이끈 사실을 간과하지 말고 우수 학생들의 특목고 선택권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교육정책마저 제물로 바치려 한다면 현 정권은 5.31 지방선거에 이어 또 다시 국민들로부터 이반(離反)을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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