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인천의 문화예술단체들은 ‘문화인천’을 위한 정책제안을 각 당의 자치단체장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스페이스 빔, 인천경실련 문화위원회,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인천민예총,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인천예총, 터진개문화마당 황금가지, 해반문화사랑회 등은 워크숍을 거쳐 시 차원의 정책 이념, 문화정책 일반, 문화환경, 문화사업, 문화시설, 문화유산 등 6개 분야의 정책안을 제안했다.

정책안에는 ‘개항장 일대, 강화군 일원 역사문화지구 지정과 만국공원의 창조적 복원’이 포함됐다.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인천에 꼭 필요한 문화시설’을 묻는 질문에 ‘만국공원의 창조적 복원’을 기재해 보냈다.

이는 시가 지난 2005년 만국공원 복원을 ‘중점추진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김성진 민주노동당 후보도 “자유공원을 만국공원으로 복원하는 것은 6·15 공동선언 이후 ‘분단의 도시, 전쟁의 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통일의 도시, 평화의 도시’로 가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다.

만국공원 복원을 추진 중이던 시는 전문연구진들의 타당성 검토, 문화예술단체의 촉구에 이어 시장후보들까지 공약으로 채택하겠다고 하자 이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는 자유공원 일원 6만8천719㎡일대에 존스톤 별장, 세창양행 사택, 영국대사관, 알렌별장, 러시아영사관 등 5개 동을 단계적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웠다. 고증작업을 위해 영국, 미국, 독일, 러시아 등에 사업참여 협의를 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인천문화재단이 만국공원을 주제로 한 전시회 ‘만국공원의 기억展’을 개최한 후 복원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축비평가 전진삼씨는 ‘만국공원의 기억과 “창조적 복원”의 난센스’라는 글을 통해 “몇 장의 사진과 불확실한 공간경험의 추정이 자료가 돼 불완전한 복원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건축적으로 가치를 회복하기 어렵다면 역사적 가치를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반문화사랑회가 개최한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보전과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방안’ 포럼에선 복원반대 여론이 주를 이뤘다. 개항장 일대에 방치된 근대문화유산 보존이 더 시급하며 역사성과 정체성 논란이 야기되고, 철저한 준비와 고증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복원반대론이 다시 표면화된 것은 시가 기본설계 1단계(존스톤별장) 용역발주를 결정하고 업체선정에 들어간 지난 3월부터. 도코모모코리아(사단법인 한국근대건축보존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천 구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 추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란 성명을 통해 “(이 사업은) 역사유산 보존, 복원의 핵심인 진정성이 확보되지 못한 세트 조립에 지나지 않는 일로, 막대한 예산을 들이기보다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근대역사의 현장을 심도있게 보수하고 복원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주장했다. 또 안상수 시장에게 서한문도 발송했다.

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역에서 모아진 반대여론이 서울의 전문가 그룹까지 확산된 것은 물론 복원 반대의사를 밝힌 도코모모코리아 측의 관계자가 용역업체로 선정된 엔지니어링회사의 전문가 자문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3월 용역을 발주하기 전에 몇몇 전문가에게 과업지시서와 제안서 등을 보여주며 자문을 구했을 땐 긍정적으로 협의해놓고 나중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