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공원 찬반논란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5일 지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인천경실련,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인천연대는 ‘각국(자유)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역사인식과 지역정체성에 반하고, 복원의 가치판단을 다시 해야 하는 등 타당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찬반논자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지난해 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인천경실련 문화위원회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는 지난 해 5·31지방선거 당시 시장 후보들에게 만국공원 복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세 차례에 걸쳐 만국공원 찬반논란 과정에서 생산적 논의나 지역사회의 합의 등이 가능한지를 점검해본다.



(▲왼쪽부터 서공원 정상 풍경,조성 초기의 만국공원. 사진출처=만국공원의 기억)

지난 6월26일 인천경실련은 ‘도시재생사업 추진현황과 방향’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손해근 인천시 도시균형건설국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네 명의 토론자는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을 일제히 비판했다. 고증 과정은 물론 진정성도 없다는 비판과 함께 복원론자는 자칫 제국주의자로까지 몰릴 분위기였다.

포럼에 나간 인천시 관계자도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토론 참여자들이 모두 반대론자로만 구성됐기 때문에 공정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만국공원 복원론이 급물살을 타게 된 때는 2002∼2003년으로 거슬러간다.

2003년 중구는 ‘자유공원 이용 활성화를 위한 테마파크 조성 기본계획’에서 예산 100억원을 투입, 2010년까지 6만8천710㎡의 자유공원을 테마파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연대기구인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는 두 번의 논평을 통해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했다.

중구의 안에 따르면 맥아더 장군 동상 주변을 군함모형으로 조경해 자유공원의 경관적 상징성을 ‘전쟁기념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구의 계획은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앞서 2002년에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과 해반문화사랑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그룹이 모여 ‘인천광역시 문화예술 중장기종합발전계획’을 시에 제출했다. 용역비 9천500만원이 들었다. 이는 만국공원 복원을 공식 테이블에 올린 최초의 보고서로 알려지고 있다.

만국공원은 근대 문물의 발신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일 뿐 아니라 존스턴별장, 세창양행 등 인천의 상징적 건축물이 위치했던 곳인 만큼 이들 건축물을 원형 복원해 과거의 역사성을 구현하자는 의견을 냈다.

추진일정까지 제시했다. 2005년까지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2008년까지 복원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를 마친 뒤 2012년에 사업을 완료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현재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손장원 재능대 교수가 만국공원 복원 반대 일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당시 전문가들의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한 찬반논쟁보다는 지역에서 열망했던 모든 사안을 담는 차원에서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모든 참여 연구진들이 합의한 의견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후 인천발전연구원과 인천학연구원이 만국공원 복원사업과 관련해 자문위원으로 참석, 반대의사를 냈다고 밝혔다. 2004년에는 인천발전연구원이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 기본구상 및 시설배치계획 연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만국공원 복원계획이 도시재생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 내항 주변 구도심지역을 역사·문화·관광기능의 재생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의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것이었다. 러시아영사관, 세창양행사택, 영국영사관, 인천관측소, 일본영사관, 존스톤별장, 청국영사관, 표관 등 멸실 건축물과 복원후보 건축물 등을 이 보고서는 제시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은 이어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하고 이에 대한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연구원은 용역을 통해 복원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복원 찬성 63.1%, 보통 20.8%, 반대 16.1%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일련의 연구과정을 거쳐 만국공원 복원론이 설득력있게 제기되자 지역의 8개 문화단체들은 이를 5·31 지방선거 때 시장후보자들에게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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