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라는 이름을 벗고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한 내일의 여는 집의 ‘노숙인 재활쉼터’는 바로 이 같은 사람을 위한 곳이다. 이곳 노숙인 재활쉼터에서는 경제적 곤란과 가정파탄 등으로 인해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인을 단순한 보호 차원을 넘어 완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천시 역시 지난 2005년 이후 국고지원사업으로 운영되던 노숙인 보호사업을 넘겨받아 ‘사회복귀지원사업’으로 발전시켜 이곳 노숙인 재활쉼터를 지원하고 있다.

시는 이곳 재활쉼터에 노숙인을 위한 급식비와 의료비, 자활사업비 등에 매년 2억2천6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노숙인을 위한 사회복귀지원사업 중 성공적 모델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 2개를 소개한다.

◇자원재활용사업=지난 2001년부터 내일을 여는 집 노숙인 쉼터에서는 시에 재정 지원을 받아 노숙인 자활사업으로 계양구 재활용센터를 계양구청과 공동으로 운영 해 오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숙인은 공공근로 방식으로 재활용품을 수집, 수리, 판매하고, 벌어들인 수익금을 자활지원비로 지원받게 된다. 그리고 지난 2003년부터는 계양구청이 이곳 재활용센터를 노숙인의 자활사업장으로 내일을 여는 집에 완전 위탁해 노숙인의 자활을 돕고 훈련하는 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곳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는 노숙인은 재활용품으로 사용가능한 가전제품을 식별하는 방법에서부터 간단한 분해와 정비교육, 그리고 판매와 교양 교육 등을 받아 완벽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 받게 된다.

노숙인이 이곳 재활용센터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우선 ▲1단계로 일하는 자세와 습성을 익히는 교육 훈련을 받고 ▲2단계에서 알콜을 끊고 3개월간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안정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러면 ▲3단계로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자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일터로서 월 평균 7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시는 노숙인 자활사업에 성공 모델이 되고 있는 이곳 재활용센터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숙인이 사회에 복귀해 안정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인생관 교육에서부터 기술능력 향상을 위한 직업교육 등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재활용센터의 경영개선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을 우선 유치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한편 이곳 재활용센터의 연락처는 전화 (032)555-8899 번으로 재활용품의 수거 및 배달이 가능하다.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노숙인 자활사업의 또 다른 성공 모델로 내일을 여는 집에서 직접 운영하는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이하 도농사업단)을 꼽을 수 있다.

도농사업단은 농촌에 있는 복지관이나 농촌교회가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과 친환경 제품을 직거래로 판매함으로써 노숙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복지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판로를 열어주고 도시민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일석삼조의 이점이 있다.

도농사업단은 내일을 여는 집을 운영하는 해인교회가 오래전부터 농촌지역 교회를 위해 농산물을 직거래하던 노하우를 전수한 것이다. 현대 도농사업단은 오프라인으로 지역 아파트에 직접 농산물을 납품하거나 샵 전시 또는 교회와 회원을 대상으로 한 판매망을 구축해 놓고 있다.

특히 이곳 도농사업단은 ▲완도자활후견기관(김과 미역 등 해조류)을 비롯해 ▲순창자활후견기관(복푼자, 꿀, 고춧가루 등), ▲남원자활후견기관(유기농 야채, 과일, 마늘 등), ▲완주영농조합(한우, 유기농 감자 등), ▲무안지역 교회(양파즙, 배즙 등), 영광(굴비), ▲제주(갈치, 고등어 등) 전국지역의 사업장과 결연을 맺고있다.

지난해 3월 노숙인 7명과 장기실업자 3명으로 시작한 도농사업단은 출범 1년만에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노동부 지원까지 받아 참여인원이 16명으로 늘어난 이곳 도농사업단에서 일하는 노숙자의 경우 월 77만원의 인거비(급식지원비 4만원 별도)와 별도로 수익에 따른 성과금을 받는다.

도농사업단에 참여를 원하거나 농산물 주문시 인터넷(www.EDONONG.co.kr) 또는 전화(032)555-6332로 가능하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자립활동 적극지원 일하는 권리 찾아줘"


내일을 여는 집 노숙인쉼터 이준모 목사 인터뷰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권리라는 게 있습니다.”

23일 오전 이준모 목사(해인교회)는 10여 명의 쪽방주민들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법이 정한 권익조차 찾기 힘든 주민들은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고, 이 목사는 이들에게 눈을 맞추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목사가 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노숙인 보호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1998년 IMF 이후 한국 사회에 급증하는 실직자·노숙인을 위해 ‘실직자를 위한 쉼터 및 자활모임터’를 창립했고, 2000년에는 인천시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다.

이 목사는 “일에 대한 의지가 있고 ,직장을 원하는 등 직업 개념을 담고 있는 사람을 일컬어 노숙인”이라고 설명한다. 즉, 노숙인은 단순 홈리스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쉼터를 찾는 노숙인은 초기상담을 거쳐 입소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 후 재활용센터 등에서 ‘자활사업’에 참여한다.

이들은 주로 물품을 수거하고 관리·수선 작업에 이어 판매를 한다.이들에게는 자활을 위한 지원비조로 월 평균 70만원 이상이 지급된다. 먹고, 자는 문제를 쉼터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적은 금액은 아니다.

또 노동부가 진행하는 ‘도농직거래 상설 사업단’에서 일할 수도 있다. 친환경 농축산물 유통과정에 참여하면 인건비는 물론 퇴직금까지 적립하게 된다. 지금까지 9명의 노숙자와 7명의 일반인이 참여해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쉼터에 있지만 노숙인 자신이 알아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 용역·경비회사나 공공근로 사업에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이와 같이 세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이들은 자립에 대한 의지를 키울 수 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이들은 쉼터에서 나와 쪽방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푸드뱅크와 물품 지원 등이 이어진다.

지난 98년 IMF 이후 인천에는 네 곳의 노숙자를 위한 쉼터가 운영됐지만, 지금은 ‘내일을 여는 집’ 하나만 남았다. 이 목사를 제외하면 쉼터에는 두 명의 상담원과 생활지도사가 실무를 맡는다. 부족한 일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매년 겨울 부평역, 동인천역 등에서 거리 노숙인 집중 상담 프로그램까지 운영했다.

“서울시가 영등포에 대규모로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역 형편에 맞는 규모로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돼야 합니다.” 또 알콜치료, 분노조절, 금전관리, 심성완화 등 노숙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노숙인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 목사는 전한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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