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 빙글 도세요. 얼음! 이번에는 오늘 아침 8시에 무엇을 했는지 한 번 표현 해 보세요.”

19일 오후 1시 주안청소년미디어센터 3층 다목적 연습실. 연극 연출가 이란희씨를 따라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던 노인들이 저마다 자세를 취한다. 어떤 이는 밥을 먹고, 또 다른 이는 누워서 TV를 보는체 한다. 밥을 다 먹고 외출을 준비 중인 냥 화장을 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남구 학산문화원이 개설한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수강생들로 구성된 ‘실버극단’ 단원들. 연극놀이를 하며 연극 교육을 받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괴물이 돼 보기도 하고, 원숭이를 흉내내기도 하는 노인들은 지난해말부터 노인복지회관이나, 병원 등지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다.‘희망나누기’ 공연이라고 이름진 이들은 연극을 배울 동안 즉흥적으로 풀어낸 자신들의 이야기를 묶어 ‘인생’이란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공연이 없는 날이면, 매주 3차례 청소년미디어센터에 모여 대본을 연습하고, 연기지도를 받는다.

연극 ‘인생’에서 광수어머니 역을 맡고 있는 유용배(68·사진)씨는 연극을 배우는게 “너무 좋다”고 연신 환하게 웃어보였다. 연극을 하면 재미있고, 젊어진다는게 유씨의 설명. 여럿이 함께 모여 젊은 선생(연극 강사)들과 호흡을 맞춰 연습하는 것 자체로 젊어진다고 강조한다.

유씨는 “나이를 먹는다고 집에만 머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손자손녀들만 돌보고, TV만 보면 심난해지고, 몸도 약해진다며 뭐든 밖에서 활동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7월초 부평구청 대강당에서 400여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훌륭히 공연을 마치긴 했지만,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실수없이 무대에 선 것은 아니었다.

적게는 40~50명, 많게는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게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니었을 터. 게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도전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유씨는 “전에 신문에 기사가 실리고, TV에도 나가니까 주변에서 부러워했다. 그러다가도 나이가 많아 그 어려운 것을 어떻게 하냐. 못하겠다고 손사례를 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담 가질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만 배울 생각이 있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다 된다. 너무 소극적일 필요도 없다”며 “집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한편 남구학산문화원은 제2기 실버극단을 모집한다. 복권기금 사업으로 진행하는 이번 실버문화학교는 24일부터 시작한다. 연극놀이를 통한 연극 교육을 받을 수 있다. ☎(032)866-4763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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