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2대 세계민속축제를 가다북유럽의 여름은 민속축제로 넘쳐난다. 밤이 되도 해가 지지않는 백야(白夜)의 절기를 만끽하기라도 하듯 국가별 도시별 제각각 주제를 걸고 크고 작은 페스티벌을 즐긴다.

이중 핀란드 카우스티넨에서 열리는 민속축제와 발트3국이 공동주체하는 발티칸 축제는 규모나 인지도면에서 단연 공인받은 행사로 꼽힌다.올해는 인천의 전통예술단이 이 두곳 축제에 초청을 받아 북유럽에 한국의 전통예술 진수를 한껏 풀어놓았다. 두 축제 현장에서의 그 감동을 지상으로 중계한다.

북유럽 여름의 백미는 밤이 낮처럼 환한 백야다. 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나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한참을 북으로 올라가 다다를 수 있는 도시 카우스티넨에서의 백야는 수 개월에 걸쳐 펼쳐진다.

시벨리우스를 최고의 자부심으로 내세우는 이들이다. 북유럽 신훙 음악강국으로 걸출한 지휘자를 배출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 스칸디나반도에 속해 있지만 바이킹의 후예인 스웨덴, 그리고 러시아의 침략에 20세기 초까지 시달리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온 핀란드는 역사적인 위기 때마다 합창운동으로 공동체 의식을 고취했으며 오케스트라 법을 만들어 음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햇동안 무려 70여개에 이르는 음악 전문축제가 펼쳐진다. 이중 ‘카우스티넨 민속축제’(Kaustinen Folk Music Festival)는 단연 압권이다. 2007년 드디어 이곳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전통음악과 춤을 선보였다. 인천출신 예술인들이 날아가 우리소리와 타악, 전통춤의 진수를 풀어냄으로써 깊은 인상을 새겼다.

▲북유럽 최고 최대 민속축제

해마다 7월이면 핀란드 북쪽 끝 작은 마을 카우스티넨에는 핀란드 전역과 인근 국가에서 몰려온 사람으로 북적인다. 다. 인구 4천명에 불과한 마을은 순식간에 수만명으로 불어난다. ‘카우스티넨 민속축제’가 있기 대문이다.

이곳 사람의 절반이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음악마을’ 명성답게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포크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정확히 40년전에 시작,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올해도 지난 7일(현지시간) 개막, 15일까지 9일동안의 축전이 이어졌다.

이 기간 가히 도시는 온통 음악에 파묻혔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크고 작은 공연이 열렸다. 무려 4만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한편에서는 연주하고, 한편에서는 들으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민속아트센터와 음악박물관이 있는 마을 외곽이 이기간 대규모 행사장으로 변한다. 중심부에는 반경 18m에 달하는 텐트 지붕의 야외무대가 설치된다. 이 곳 메인무대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매일 릴레이 공연이 펼쳐진다. 이어 새벽 2시까지는 댄스파티다. 메인무대는 수천명 관객들의 댄스장으로 탈바꿈한다. 다양한 전통춤을 배우고 나누는 축제의 장이다.

민속예술센터에서는 매일 저녁 주목받는 예술단 공연이 이어졌다. 더불어 행사장 곳곳에 10여곳에 달하는 작은 콘서트홀을 설치,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올해도 무려 250여개 공연이 펼쳐졌다.

뿐만 아니다. 개인별 즉석 공연이 곳곳에서 열린다. 그야말로 관객이 연주자이고 연주자가 곧 관객이다. 다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축제 그대로다. 올해는 무려 400여개 팀이 참가했다. 전국 각지 전문·아마추어 연주단이 몰려와 그들만의 음악을 펼쳐냈다.

외국 연주단으로는 코스타리카 에스토니아 헝가리 스코틀랜드,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내몽고, 그리고 러시아에 쿠바까지 예년만큼 역시 20여개팀이 날아왔다.

매년 ‘올해의 예술단’을 선정하는 것이 특별하다. 금년에는 러시아가 주인공이다. 7개 예술단이 건너와 전통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무대를 선사, 주목을 끌었다.

핀란드팀으로는 동부지역 마을 ‘사브’에서 온 예술단이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와관련, 조직위원회측은 지방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의미를 달았다.

전문예술단과 더불어 아마추어팀을 함께 부르는 것이 축제가 줄 곧 견지해온 지향점이다. 장인을 초청함으로써 전통과 이를 이어가는 형식을 펼쳐보이는 것이 한가지 목적이다. 동시에 작은 규모의 연주단이 활동의 끈을 놓지 않고 동기부여 되도록 장을 제공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의미다.

음악형식에 있어서도 정형화된 민속음악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민속에 바탕을 두고 현대화작업을 하는 젊은 음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유르키 헤이스카넨 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북유럽 민속축제로 가장 오래된, 가장 규모 큰 행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매년 더욱 특별한 행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북반구 끝에서 울려퍼진 한국음악

지난 7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카우스티넨 축제 메인 무대에는 수천명의 관객이 둘러앚아 아시아에서 날아온 예술단의 공연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어설픈 발음으로 ‘서도소리’와 ‘판굿’이라는 단어를 읽어냈다.

이어 꽹과리를 치는 상모잽이를 선두로 사물을 든 치기배들과 한복을 곱게차려 입은 예술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흥겨운 길놀이로 무대를 돌며 공연장의 흥을 돋웠다.

첫 무대는 화려한 교방의상에 즉흥무가 돋보이는 ‘교방굿거리’.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어 예의 서도소리를 선사했다. ‘배치기’ ‘자진모리’로 넘어가는 소리는 단박에 주목을 끌었다.

하이라이트는 꽹과리 징 장구 소고 북의 5인 치배들이 펼친 판굿이다. 관객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시종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첫날 30동안 유럽 하늘에 울려퍼진 한국 전통음악은 시종일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날(8일) 공연은 실내에서 펼쳐졌다. 민속아트센터에서 오후 10시10분부터 30분동안 다시 한번 한국음악의 진수를 풀어놓았다. 이나라 민속예술의 대표적 공간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는 시설이다. 민속예술공연은 주로 이곳에서 올려지고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돌을 이용해 건축한 것이 특별하다. 400석 규모로 5년전에 지은 건물이다.

이날은 ‘아리랑’으로 시작했다. 북소리에 맞춰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아리랑’을 한바탕 풀어냈다. 다음은 진도 씻김굿에서 유래한 ‘지전춤’이다. 한지를 찟어 만든 지전을 들고 뿌리고 때론 감아내는 독무에 관객들은 감동의 시선을 보냈다. 마무리는 사물놀이 앉은반. 삼도풍물가락에 극장안은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북유럽에서의 둘쨋날 공연도 흥분을 남긴채 이렇게 저물어갔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서광일 대표가 이끄는 풍물패 잔치마당, 박준영 배뱅이굿 전수조교의 국악단, 유주희 무용단, 그리고 김강산 포항국악협회지부장과 김옥순 화랑불교무용 포항지부장을 더한 15인의 전통예술단이다.

카우스티넨 축제에 한국팀이 초청을 받은 것은 20년전 사물놀이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20년을 주기로 또 다시 깊은 인상은 심은 것이다.

핀란드 카우스티넨=김경수기자 ks@i-today.co.kr

"한국 전통음악 진수 국제 무대서 재확인"


서광일 한국예술단 예술감독 인터뷰


‘카우스티넨 민속음악축제’에서 한국 전통 음악과 춤을 시연하는 것은 페스티벌 40년 역사상 이번이 두번째다. 무엇보다 축제위원회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초대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해 5월 서광일 풍물패잔치마당과 박준영 배뱅이굿보존회, 유주희무용단이 예술단을 꾸려 인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민속축제에 참여했다. 한국의 풍물과 서도소리, 전통춤은 단번에 그들을 사로잡았고 최고의 팀으로 환대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카우스티넨 축제위원회가 일찌감치 한국팀을 낙점, 2007 축제에 와달라고 초대장을 보냈다.

“국내 무대에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창작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다르죠. 가장 전통적인 것을 내보여야 한국예술의 진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예술단 예술감독으로 공연을 준비한 서광일 풍물패 잔치마당 대표가 강조한다.

초대장을 처음 받았을 때 국제민속축전기구(CIOFF)로부터 공인된 행사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다고 덧붙인다. 이들팀은 문화광광부로부터 해외우수작품진출사업 대상으로 선정, 지원을 받기도 했다. 문광부 문을 두드린 이가 서 감독이다.

“해외 각종 사업에 국내 82개 단체가 지원신청을 냈고, 그중 20곳이 선정됐습니다. 인천에서는 우리예술단이 유일하게 뽑혔습니다.”
국제 전통축제에 참가하는 첫째 목적은 각국의 전통예술을 목격하고 이를 우리것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원천을 얻는다는 점이라고 짚는다. “더불어 우리 단원들의 시야를 넓힌다는 목적이 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그러한 체험을 ‘우리끼리’ 누리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지난해 리투아니아 축제 참가팀중 한국팀에 대한 보도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곳 국영방송 LNT 아침방송에도 초대,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한번 우리문화의 매력을 떨칠 수 있어서 신이납니다.”

핀란드 카우스티넨=김경수기자 ks@i-today.co.kr

유목민 노래 박수갈채


첫 참가 '내몽고 국립전통예술단' 인기


2007 카우스티넨 축제에 이름을 등록한 아시아지역 예술단으로는 한국과 인도, 그리고 내몽고까지 모두 세팀이다.

이들중 중국 소수차치민족인 내몽고는 기량이 뛰어난 국립 전통예술단이 참가, 박수갈채를 받았다. 악기연주단과 가수, 댄서로 구성된 팀이다.

그들 언어로 일명 ‘호마이’라는 노래 기법이 독특하다. 한사람이 확연히 다른 여러 목소리를 내는 창법이다. 배 깊숙한 곳으로부터 소리를 끌어내 음을 넘나든다.

“12가지 형식이 있습니다. 젊은 가수들은 보통 4가지 소리를 내지요.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보통 2년정도 훈련을 해야 가능합니다.” 예술단측 설명이다.

창법과 더불어 음악이 상당히 자연의 소리를 닮았다. 유목민들이 자연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유래, 동물소리 묘사로 발전돼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 따른다. 파티를 하면서 부르던 노래라고 덧붙인다.

카우스티넨 축제는 이번이 첫 노크다. 지난 5월 산타마을로 유명한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내친김에 이곳에도 오게 됐다. 그들 전통음악과 더불어 핀란드 민요를 불러 주목을 받은 이들이다.

자국의 전통예술 ‘호마이’에 대해 핀란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 놀랍고도 기쁘다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내년에 다시 오고 싶어요.” 차우루 1급단원이 힘을 싣는다. 한국예술단이 들려준 서도소리는 상당히 독특하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핀란드 카우스티넨=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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