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열정 그대로 문학경기장에서 다시 만납시다.”

지난 24일, 독일 월드컵 한국과 스위스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마련된 응원 단상위로 뛰어 올라간 김병수(34·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즈 T.N.T 회장)씨의 공허한 외침이다.

16강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허탈감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그는 “월드컵에서 보여준 축구에 대한 열정 반의 반만이라도 K리그로 이어진다면 분명 다음 월드컵 때 16강은 물론 4강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씨는 인천에 연고를 둔 프로축구팀 유나이티드FC의 둘째가라면 서러운 열혈 축구 팬이다.
다분히 주관적이겠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흡사 지난해 꼴찌의 반란을 일으킨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토고와 프랑스전에서 극적인 역전승과 무승부를 연출해내며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두 경기 모두 지고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며 만들어낸 결과이기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감동했다.

인천 유나이티드FC가 지난 시즌에 그랬다. 인천은 선취 득점을 하면 끝까지 지켜냈고 선취골을 내주면 끝까지 따라 붙어 무승부를 만들거나 역전시켜 팀 창단 2년만에 통합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대표팀과 인천팀의 닮은 꼴을 설명해 준 김씨는 “인천 시민들이 연고팀 선수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는다면 분명 이들도 멋진 플레이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태극전사들 역시 소속 K리그 팀에 돌아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뛸 때처럼 열정과 투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지난해 10월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란과의 데뷔전을 마친 후 K리그 경기를 관전하다 대표팀에서 보던 선수들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던 일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K리그 발전이 곧 한국 축구가 강해지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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