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설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 언론들은 그 내용과 의미를 너무 과장해 보도하고 있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태를 좀 냉철하게 보고 침착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언론들은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의 강경파들에 편승해 북한이 시험 발사하려는 것을 ‘군사용 미사일’로 기정사실화해서 몰고 가고 있다. 반면 우리정부는 인공위성발사체일 수도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기자협회도 지난 19일에, “아무 것도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로켓을 살상목적의 ‘대포동 2호 미사일’로 기정사실화하는 언론의 추측 보도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군사용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인공위성 발사와 같은 우주개발 권리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고유한 권리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과장해 앞장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일본은 북한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뛰어난 성능을 지닌 H2-A라는 대형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H2-A는 정지궤도에 정지위성을 올릴 수 있는 로켓으로 당장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전용이 가능하다.

북한 미사일파동은 이미 1998년에 한차례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금도 이를 ‘대포동 1호’ 미사일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당시 북한은 ‘광명성 1호’라는 인공위성 발사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사 2주 뒤인 9월 14일, 당시 미국 국무부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 바 있다.

이번에 발사준비를 하고 있는 북한의 로켓추진체가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인공위성발사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하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군사용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료주입에 적어도 하루 이상 소요되고 폭발위험이 큰 액체연료 로켓으로는 신속성과 은밀성을 요구하는 군사용 미사일로는 실효성이 없다. 또 발사대가 매우 공개된 노천 지형에 위치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도 상당히 과장돼 있다. ‘대포동 2호’라는 명칭도 북한이 사용하는 명칭이 아니고, 발사기지가 있는 함경북도 ‘무수단리’의 옛지명인 ‘대포동’에서 따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붙인 이름에 불과하다.

성능도 한참 부풀려져 있다. 사정거리가 6천km에 달하고, 탄두중량을 줄인 개량형은 1만2천km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해, 비판에 직면해 있는 MD(미사일방어) 계획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ICBM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마찰열로 파괴되지 않고 대기권에 재돌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본도 없는 기술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긴 마찬가지다.

한편 그것이 비록 군사용 미사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국제적으로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1998년에도, UN 안보리의 ‘의장 언론발표문’은 북한이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사전 통보 없이” 발사해서 근방을 운행하는 선박과 어업활동에 위험을 초래한 것에 유감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 UN제재는 물론이고 강제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문제는 북미간에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미사일이 아니라 비록 인공위성체를 발사한다 하더라도 파장과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이 시험 발사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강경파들에게 빌미만 줄 뿐이다. 1998년 당시에도 다 죽어가던 MD계획을 살려준 것이 북한의 시험 발사였다. 미 해군대학에서 강연하다가 북한의 시험 발사 소식을 전해들은 ‘럼스펠드’가 “신이여, 김정일을 축복하소서”하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도 MD 추진을 가속화시키는 명분과 남북관계 진전에 훼방을 놓을 구실만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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