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즈 콜랭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철학자다. 여성운동의 현장과 연결되어 사고하고 행동하는 그녀의 말은 나를 크게 격려한다.

"대상화된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고 소비의 주체가 아니라 자기 삶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는 언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개인적 삶과 관심을 넘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기를 원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참여해야 한다. 세상의 모습과 자기 삶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속에서 우리 삶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하나의 명제로 잡히지 않는 비결정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화시켜 보는 사고의 틀을 해체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면서 현실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사고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의견의 차이와 분쟁을 확인하고 그것을 조정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공동의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기대이리라. 그러나 세상의 틀은 생각보다 완강하다. 그저 듣기 좋은 노래로만 듣는 듯하다. 소리 높이 외쳐야 겨우 반응을 보이는 나 자신 그리고 이 세상을 향해 진지하게 되묻는다.

"이 말은 너무 알아듣기 어려운가요?"

내가 만들어가는 하루, 나의 삶. 그것이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결코 무관해선 안 된다고 책임감을 일깨우는 그녀의 이야기는 안일하며 이기적인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나의 바람과 삶이 일치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요청에 그동안 나는 얼마나 둔감했었던가. 인류는 사슬고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엄정한 자각과 실천이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개인 개인의 하루 아니, 이 순간의 충실한 삶에 달려 있다는 그녀의 새삼스러운 일깨움이 고맙다.

내가 내 안에서 걸어 나와 나 이외의 사물과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게 하는 그녀의 삶이 빛살처럼 가슴에 와 꽂히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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