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민방 새 사업자 선정이 결국 유찰됐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가에선 유찰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방송위원들이 정치권의 거센 압박을 잠시 피하기 위해 공모를 '유찰'할 것이라 짐작해온 것이다.
이에 방송위원회는 줄곧 '유찰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결과는 짐작대로다.
2~3개 정도의 사업자가 나선 경쟁체제였다면 어느 정도 유찰이 가능하겠지만 경쟁사업자가 5곳이나 나섰고,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에서 유찰이란 결정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오히려 겸연쩍다.

'유찰'을 결정한 방송위원회는 곧바로 후속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좀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번 결정 또한 지난 2004년 iTV 재허가 추천 거부 때 방송위가 보여준 행보 그대로라 더 그렇다.

2004년 12월 당시 방송위는 후속대책조차 없이 iTV에 대한 재허가 추천을 거부해 비난을 받았다. 용기있는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1년이 넘은 지금 방송위는 또 다시 후속대책 없이 신규사업자 추천 거부 결정을 내렸다. 또 다시 마냥 기다려야 하는 약자의 인내가 필요하게 됐다.

지난 1년간 방송위는 갈지자 행보를 보여줬다. 경인지역에 방송사가 왜 필요한가란 우문이 방송위에서 흘러나오기도 했으며, 특정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선정기준이 말썽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돌연 심사원칙이 바뀌기도 했고, 갖가지 루머가 방송가를 어지럽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나왔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찌 방송위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날 방송위는 방송위원들의 임기 안에 새 방송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호언했다. 루머를 현실화한 이들의 약속인지라 지켜질지 이 또한 의문이다.

경쟁하던 컨소시엄들은 합종연횡 할 것이다. 후유증 또한 예상된다. 그 동안 제대로 된 지역 방송을 바라는 시청자들은 또 기다려야 한다. 특히 새 방송사에서 일할 희망에 부풀었던 200여 명의 실직 방송인들과 그 가족들은 여전히 실업자로 또 한 번의 우울한 설날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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