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각 출입구에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는 ‘개발과 통제 그리고 일방통행’이라는 안상수 시장 재임 1주년의 인천시 행정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물입니다.”

“슬라이딩 도어는 공무원만을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량한 시민들을 위한 시설물입니다. 일부 민원 때문에 나머지 대부분의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10일 오전 제157회 1차 정례회 시정 질문에 나선 이명숙 시의원(열린우리당 비례)과 안상수 시장간 민원인의 시청출입 통제 시스템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무더위 속에 시청을 찾아온 시민들이 현관 앞에서 출입구 경비 직원에게 방문목적을 알리는 통제를 받으며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통제의 문’을 ‘소통의 문, 시민 편의의 문’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시위가 무서워 시청을 아예 통제하고 그 안에서 편히 지내자는 공무원이 있다면 과감히 퇴출시킬 것도 촉구했다. 그러나 안 시장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청을 방문하는 시민의 90%는 여권발급 등 단순 민원인으로 개방된 민원동 청사를 자유롭게 출입하며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안 시장의 주장이었다.

극렬한 시위 등을 하는 일부 민원인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는 본다는 게 안 시장의 논지. 특히 각종 민원의 배후에는 불순한 일부의 선동(?)이 있다며 현관을 봉쇄한 책임을 오히려 시민들에게 돌렸다.

안 시장은 민원발생의 단초를 제공하는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해 “시가 시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부 매체까지 개발 정보를 잘못 전달하고 있어 민원이 생긴다”며 개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시장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를 바꿀 좋은 기회라고 설득하며 현관 통행 카드를 없애줄 것을 당부했으나 안 시장은 ‘5년째 시정 경험상 시청 출입에 대한 통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시가 추진하는 사업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라 불법 시위가 줄어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토를 달기는 했다.

결국 시민과 소통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이 의원의 애원성(?) 시정 질문은 안 시장의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안내직원에 대한 친절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뻔한 답을 얻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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