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국제항무그룹(SIPG)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양산항 건설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다’(爲洋山港建設嘔心瀝血)라는 글을 통해 그동안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건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근로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 글에 따르면, 건설 인력과 지휘부는 지난 2002년 6월 양산항에 주둔해 1천500여일동안 ‘사투’를 벌였는데, 그 동안 수많은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 초기에는 기초 생활 물자는 물론, 전기와 수도 등 기간 시설도 전무해 기본적인 생활과 위생을 유지하기조차 힘겨웠다고 한다. 특히 생활 용수는 전적으로 선박 운송에 의지해야 했는데, 한여름 무더위에도 보름 동안 목욕을 못하는 것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에는 소양산섬에 있는 산 정상까지 올라가 담수를 조달하기도 했다고.

중국은 국책 기간시설 건설 사업에 있어서는 공기 단축에 매우 민감한데, 한 근로자는 110일 동안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이 현장 직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생을 바꿔놓기도 했다.

주밍(朱明)이라는 이름의 기술자는 양산항에 장기간 머무느라 여자친구와의 각종 기념일을 챙겨주지 못해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처럼 실연을 당한 사례는 수없이 많고, 심지어는 이혼을 당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결혼식 날짜를 2년간 미뤘다가 결국 식을 올리기는 했으나 다음날 바로 공사 현장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다리 골절상을 입고도 양산항에서 작업을 지속한 사람도 있었고, 담석증으로 인한 고통을 3개월간 참다가 겨우 수술을 받고도 입원 4일째 되는 날 시공현장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부상은 물론 부인이 병에 걸리거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에서도 양산항을 굳게 지켰다고 한다. 측량사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30kg의 측량기구를 매고 10여 시간씩 일했고, 일부 인원은 시공 현장의 컨테이너 숙소에서 하루 8시간 이하씩만 수면을 취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50시간 연속 작업의 대기록(?)을 세운 이도 있었다.

SIPG는 “노동자들의 이러한 고귀한 희생 정신이 오늘날의 양산항을 만들었다”며 칭송을 거듭했지만, 전쟁과 같은 국가 존망이 걸린 상황도 아닌데 현장 근로자들이 인간 이하의 생활환경 속에서 살인적인 작업 시간을 견디며 가정 파탄을 내는 희생까지 감수할 필요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게 자랑스럽게 공개할 만한 일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박영국기자 24pyk@shippingdaily.co.kr

백범진기자 bjpai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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