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도 드디어 대규모 예술축제 비엔날레를 열게됐다. 지난해 인천시와 (사)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나서서 Pre 형식을 빌어 치른 국제여성비엔날레의 본 행사가 오는 11월10일 개막, 51일간의 페스티벌을 펼친다.

행사의 차별성은 ‘여성미술’이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미처 주목하지 않은 담론을 인천에서 집어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에서도 가치를 인정, 국비 3억원을 지원했다.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천미술계에서는 한목소리로 축제를 반기고 있지만은 않다. 지난해 Pre 비엔날레를 치르는 과정에서 미술계 일각에서는 행사의 당위성과 주제로 내건 여성성을 전면 부정, ‘안티-비엔날레’라는 미술전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사후 철처한 평가로 발전방향을 논의하자는 제안도 막을 내린뒤 어찌된 일인지 부지불식중에 수면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난해 논란은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돌출돼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행사를 주관하는 조직위가 여전히 폐쇄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조직위는 공들여 축제를 탄생시켜놓았더니 무작정 내놓으라고 한다고 항변한다. 축제 개막일이 4개월여밖에 남지않은 지금의 모습이다.

▲2007비엔날레 준비 어디까지

2007 국제인천여성비엔날레는 오는 11월10일 개막, 12월30일까지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 전관과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Pre 행사가 참여작가 대상을 국내로 한정했다면 올해는 국제로 확대, 세계 유수 여성작가와 국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여성 작가를 대거 초대한다. 더불어 젊은 신세대 작가전과 부부작가전, 인천미술인전, 국내여성작가 부스전을 함께 진행한다.

본전시에서는 세계화단에서 주목받는 중견·원로 여성작가 30여명을 초대한다. ‘존재’ ‘신화’ ‘체험’이라는 부제로 나눠 ‘세개의 방’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감수성’이라는 이름을 단 특별전에서는 25세이상 40대 초반의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 50여명을 불러온다. 부부전 ‘조율’은 국내미술계를 이끌어온 작고 작가와 현존 부부작가 초대전이다.

참여전 ‘다양성속의 조화’에서는 인천작가의 작품세계를 내보이는 ‘인천미술인전’과 154명의 국내 여성작가들이 참여하는 부스전을 연다. 주최·주관은 지난해와 같다.

조직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중앙정부 문을 여러차례 노크, 국제여성비엔날레를 공식 인정받아 국비 3억원을 따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인천시는 올해 본예산으로 3억원을 편성했다.

여기까지는 조직위가 밝힌 2007 비엔날레 밑그림이다. 문제는 일련의 행사내용이나 진행과정이 지역 화단을 포함, 시민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문화예술계에서 축제에 대한 공론화 분위기가 어디에도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에대해 조직위는 “일찌감치 행사 리플렛을 제작, 인천을 제외한 국내외 작가들에겐 배포한 상태로 여러 루트를 통해 대외홍보에 나서고 있다”며 “참여작가 일부를 선정중에 있으므로 확정되면 7월중 공식 홍보라인은 가동할 예정”이라고 변을 냈다.

▲조직위원회 운영방식 문제 있나

지역문화계 한 인사는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행사가 당사자인 예술가들과 인천문화재단 혹은 언론과 전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며 2007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측에 공개적인 행사진행을 촉구했다.

인천미술문화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자금이 투여된 국제행사임에도 하나의 단체가 자체행사를 치루는 식으로 가는 것은 안될 말이라고 비난 강도를 높인다.

일례로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조직위원회가 다음 행사를 이끌어갈 예술감독을 선임하면, 주제에 관한 전문가 그룹 세미나를 시작으로 다각도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뉴스레터와 웹진을 지속적으로 발행한다.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고 동시에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디렉터는 “미술로서 시대를 발언하고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하는 장이 비엔날레라는 점에서 지역관점에서 어떻게 풀어갈까 모두의 참여를 끌어내야함에도 인천비엔날레 조직위는 이를 간과한 채 폐쇄적적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가 따온 행사이므로 보여주는 대로 향유하라는 식은 반문화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종구 중앙대 교수도 폐쇄성에 의견을 더했다. “인천문화예술을 위한 사업이라면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절대 필요한데 특정단체 행사인양 소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해 행사가 중앙화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이에대한 반성이 없는 채, 총감독을 선정하는 과정도 생략한 상태로 가고있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조직위측은 폐쇄적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조직위 운영·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국내화단의 작가, 평론가만도 20여명에 달하는데다 전국 규모로 소통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권경애 비엔날레 조직위 이사장은 “여성작가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상호 열린상태로 일하고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10년을 공 들여 드디어 출산했는데 품안에 있는 아이를 무작정 내놓으라고 한다”고 반발했다.

소극적인 홍보태도에 대해선 일부 수긍하면서도 예산집행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시로부터 넘겨받은 사업비가 전체의 10분의 1수준에 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용일 혜원갤러리 관장은 미술인들 모두 관용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에서는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잘못된 부분을 짚으려 하고, 다른 측에서는 판이 깨질 것을 우려해 문을 닫고있는 형국”이라며 “인천미술발전이라는 마음은 같으므로 조직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비난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은 덮어두고 우선 도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여성성 문제

지난해 행사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외형적인 성공여부는 차치하고 차별성으로 내세운 ‘여성성’에 대한 시각의 간극이 현저하다.

일부단체들은 Pre 비엔날레와 같은 시기에 ‘남성 비웃날레’라는 타이틀로 안티 비엔날레를 열었다. 이들은 △여성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순 ‘여성’들의 전시 △여성을 내세운 남성지배문화의 산물 △장르중심주의에 갖힌 고급의, 협소한, 자기안주적인 문화로 예술 도구화를 자처하는 행사라고 비판을 가했다.

비판하는 입장은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행사가 역시나 특정시대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짚는다. 여성이 지닌 다양한 국면과 그 속에서 성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여성은 위대하다는 단순 결론속에서 ‘그녀’들의 작품을 통해 모두가 그러한 감성의 소유자로 거듭난다면 세상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꼬집는다.

민운기 디렉터는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여성’이라는 이름속에 모두 다 가두다보니 그렇고 그런 맥빠진 행사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여성성에 대한 몰이해라는 입장이다. 여성이 지향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 그 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 여성비엔날레의 취지라고 강변한다.

권경애 이사장은 “생명을 태동시키는 어머니의 위대함이 여성성의 근본”이라며 “페미니즘을 포함한 전체를 수용하는 여성성을 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교수는 여성성을 전면에 내건 여성비엔날레가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긍적적인 평을 보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이 남성중심주의 내지는 가부장적 제도 아래서 전개돼 왔으며 현재도 여전히 여성이 사회 모든 부문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다시 지적되는 행사 당위성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예술계 일각에서는 과연 현재 인천에서 여성비엔날레가 필요한 가 원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 들어 시가 행사를 치르기 위해 인천종합문화회관 전시실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공공미술기반시설이 열악한데다 이를 개선할 중장기적인 운영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짚는다. 텅 빈 상태에서 씨도 뿌리지 않은 채 수억원을 들인 행사를 한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처사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단체가 국비를 따왔다고 시가 덥썩 예산을 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행사에 대한 평단의 무관심도 당위성을 반감시키고 있다고 해석을 붙인다. 인천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 지 공신력 있는 주류 미술비평잡지가 일체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이종구 교수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등 국내 3대 행사가 참여작가 중복 등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10년을 주기로 여는 독일의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라든가 2002년 시작한 안양공공프로젝트처럼 비엔날레를 뛰어넘은 지역성에 맞는 특성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그래도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낸다. 수년간 고군분투하며 중앙에서 예산을 확보해온 조직위의 공로를 높이 산다. 전시 내용도 적은 예산으로 기대이상 성과를 냈다고 평한다.

김병찬 작가는 “인천화단을 대표하는 전시가 그동안 거의 없었던 현실에서 인천여성비엔날레는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며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행사를 대안없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향후 5년정도는 지켜보고 평가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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