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이 4년만에 이탈리아와 다시 만났다.

달라진 것은 자신이 지휘하던 태극전사가 아니라 ‘사커루’ 호주 대표팀이고 공통점은 다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독일월드컵 본선 16강전에서 격돌한다는 것. 정말 희한한 인연이다.

2002년 6월18일 한일월드컵축구 16강전이 열리던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1966년 월드컵때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었던 것을 상기시키는 ‘어게인 1966’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관중석에 내걸렸다.

이 현수막을 본 이탈리아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경기에서도 한국의 심리전에 말려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당시 한국을 이끌던 히딩크 감독은 선제골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몸싸움을 벌여 다혈질인 이탈리아 선수들을 자극하라고 주문했고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 5명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작전은 맞아 떨어져 이탈리아 선수들은 줄줄이 옐로카드를 받았고 설기현의 후반 동점골로 연장전에 돌입한 뒤에는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가 시뮬레이션 액션을 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기까지 했다.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본부석으로 달려가 벽을 치며 큰 소리를 지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결국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면서 117분간의 접전은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객관적인 실력에서는 호화군단 이탈리아의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지만 히딩크의 작전에 이탈리아는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4년이 지난 독일월드컵에서도 당시 뛰었던 토티와 잔루이지 부폰,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잔루카 참브로타 등이 버티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이탈리아 앞에 다시 나타난 히딩크는 여간 껄끄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히딩크 감독이 ‘어게인 2002’라는 마법을 펼칠 수 있을 지 27일 열리는 호주-이탈리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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