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부설 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6일 개소 열 돌을 맞았다. 지난 10년 간 상담한 사례만 2만3천136건에 달한다.

이정원(52) 소장은 199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상담소의 든든한 중심이 돼 왔다. 10년 역사에, 햇수로 9년 동안 소장으로 부임하며 수 많은 이들의 사례를 접하고 가슴 아파하며, 발 벗고 도왔다.

이 소장이 성폭력상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청소년상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청소년 성폭력의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부터다. 젊은 시절 교직에 몸 담고 있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까지 가정 일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자신을 재발견하고자 96년부터 청소년상담실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아이들과 지내 본 경험을 토대로 시작했는데 상담을 하다보니 아이들의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더라구요. 특히 인천 아이들은 가정폭력, 이혼 등과 맞물려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지난 10년을 정리한 결과, 상담의 43%가 성인이었고 나머지 57%가 스무살 미만의 청소년들일 정도로 청소년 성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은 전국에서 성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다.

“성매매 업소 집중 단속 지역에 가보니 거기서 일하는 청소년들의 반 이상이 과거에 성폭력 피해를 받은 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더군요. 이런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이죠.”

때문에 이 소장은 성폭력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이미 상처를 받으면 물적, 심적 지원으로도 원상복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방교육은 피해 교육과 가해 교육을 나눠 시행하고 있다.

“어떤 학교의 경우 전교생에게 방송을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성폭력교육은 최소한의 단위 아이들에게 그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중심으로 알려주는 것이 효과가 훨씬 크죠.”

용기를 내 상담소를 찾아 온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심리 상담부터 법적 조치까지 상담소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경찰서, 병원 등 기관과 연계하고 있다. 상담에 있어서도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이다.

“2천번은 상담해야 제각각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용기를 내 상담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힘이 돼 줘야지요.”

최보경기자 bo41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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