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시인은 서른다섯에 등단을 했다. 빠른 나이가 아님에도 첫 시집을 내놓은 것은 그후 14년(2002년)이 지나서다. 그리고 5년만에 시집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를 들고 돌아왔다. 올 2월말이다.

“5년은 시집을 한권 묶기에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두, 세편의 시를 쓰기도 합니다.” 시인이 천착해오고 있는 문제는 노동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줄 곧 견지해 온 주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은 먹이이자 토대죠. 문화의 하부구조이기도 하구요. 하부구조가 견실해야 상부구조도 튼실해집니다. 인간사회에서 모두 포식자가 되려합니다. 포식자만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노동계급이 회복돼야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노동계급의 가치에서부터 이야기를 푼다.

절대적 실체이며 실재인 자연의 연장선에서 노동은 인간에게 유일한 실재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노동계급의 사상은 궁극의 철학과 종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감히 노동계급의 사상만이 인간을 되살려낼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실체와 실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행위하는 것은 실체이지만 모두 실재는 아닙니다. 그럴듯한 것은 실체이며, 그러함의 것은 실재죠. 실재는 참다운 것입니다. 그리고 현시돼 있는 진리입니다.” 그런 사고가 발현된 작품이다보니 실재주의 시인으로 지칭되고 있다. 맹문재 시인은 그의 작품세계를 ‘실재의 시학’이라고 풀었다.

“‘실재’는 이번 시집에서 ‘상징’과 대척점을 이루면서 토대이자 주제가 되고 있다. 이 ‘실재’는 사회적 존재로서 시인이 수용한 가치이자 규범이고, 생활의 이치를 담고 있는 나침반이며 인생을 꾸려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최 시인은 시집에서 노동의 관념성을 극복하고 실재를 인식하는 결실을 보여주었다.”

최 시인은 스스로를 일용노동자라고 밝힌다. “노동자 시인이 쓴 시야말로 순도가 높습니다. 나도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모두 65편을 담았다. 창비, 138쪽, 6천원.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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