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잡수셨어요?” “예~. 고맙습니다. 잘 먹고 갑니다.”
“할머니는 왜 남기셨어?” “다 못 먹겠어.”

식사 후 식판을 갖다 놓으며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 친근함이 섞인 반말도 주고 받을 만큼 가족같은 편안함이 배있다.

‘사랑의 이웃집(인천시 동구 송림동, ☎(032)761-7226)’.
이곳은 천주섭리수녀회가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무료급식소다. 지난 3월부터 이곳 운영의 소임을 맡기 시작한 스텔라 수녀는 1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매일 따듯한 밥과 국, 반찬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

오전 11시쯤이면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잡은 이웃집으로 하나 둘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70여석의 자리는 금세 가득 찬다. 1차 식사가 끝나고 나면 이어 12시부터 2차 식사, 더 늦은 어르신들을 위한 3차 식사까지 하루 평균 급식소를 찾는 노인은 150여 분. 지난 23일, 자리가 모자라 식당밖 간이의자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10여명을 위해 스텔라 수녀는 쌀을 다시 씻기 시작했다.

“천사같은 분이예요. 사람들이 늦게 많이 올 때면 미처 밥을 지을 수 없어 수녀님과 봉사자들이 드실 밥까지 다 퍼줘요. 그러고는 라면을 끓여 드시는 걸 봤어요.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지만, 젊은 사람들도 사정이 딱하면 다 받아주지요. 밥이며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몇 번이라고 더 갖다 주는 걸요.” 홀로 지낸다는 70대의 한 할머니 얘기에 곁의 어르신들이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를 친다. 노인들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고 전했다.

“저 혼자 뭘 할 수 있겠어요. 흔쾌히 자원봉사를 해주는 분들과 어르신들의 도움이 있으니까 운영하지요. 아침 9시면 벌써 나오셔서 야채를 다듬으시거나, 반찬거리 단도리를 도와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무료로 드시는 것이 미안하신가 봐요. 건강하신 분들께는 제가 일부러 멸치를 손질해주십사 부탁하기도 하지요. 손가락 소근육 운동은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식사전 간단히 체조를 하시도록 하는 것도 그 이유지요.”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이 몰리다보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을 듯하나, 의외로 이웃집은 차분하고 질서정연하다. 야근을 마친 후 귀가도 하지 않고 이곳으로 달려와 업무를 도와주는 이부터 어르신을 순서대로 안내하는 봉사자 등 각자가 소리없이 제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제가 ‘건강하게 잘 사세요’하고 인사를 하면 ‘내가 천국에 가서 미리 기다리다가 수녀님 오시면 손을 내밀어 줄께요’하며 웃으시는 어르신들이 계세요.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작은 일, 그것도 심부름 역할을 하는 제게 그렇게 깊은 마음을 주시니 저는 더없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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