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선생님, 찾아와 주는 이가 없으니 얼마나 외로우십니까?”

백범 김구 선생 서거 58주기인 26일. 인천대공원 외진 곳에 자리잡은 백범 모자의 동상을 찾은 오학환(91·남구 주안동)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고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 고문은 독립운동 열사였던 어머니 조진실 여사의 소개로 1946년 백범 선생의 제자가 돼 백범이 서거하기 전까지 4년 동안 그에게 총애를 받았다.

“‘백범광장’에 세워진 비석 앞에서 백범 동상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나무와 노점식당에 가려져 있어 아무도 저곳에 동상이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 하지. 인천과 인연이 깊은 분인데 어떻게 저기에 모셔져 있는지 정말 기가 찰 뿐이야.”

백범 동상은 지난 1998년 동양제철화학 이회림 회장이 백범의 뜻을 기리고자 인천에 동상을 만들어 세우기로 결심, 인천지역 시민들과 함께 모금운동을 벌여 건립됐다. 하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지금의 관모산 등산로 아래 세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

“당시 시 관계자가 이곳이 적지라며 적극 추천했어. 현재로선 마땅한 자리도 없고, 백범 선생이 이곳에 있어야 이곳도 더욱 발전된다고 말야. 그때 강하게 말렸어야 했는데…, 백범 선생에게 너무 죄송스러울 따름이야.”

그 후 오 고문은 동상 주변 큰 나무 정리와 노점상 위치 변경을 시에 요구했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도 없이 외롭게 투쟁한 것이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큰 길가에 ‘백범광장’비석을 세워주고 동상 앞 일부분의 보도블럭을 제거해 잔디를 깔아줬을 뿐, 더 이상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아직도 동상은 수 십m 위로 뻗은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소나무에 가려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 동상들을 처음 계획했던 인천문화예술회관 광장으로 다시 모셔왔으면 좋겠어. 오며 가며 인천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이야.

인천중심에 자리 잡아 지역 사람들이 동상을 보며 자부심을 갖고 다시 한 번 백범의 얼을 기릴 수 있도록 말이지. 조만간 안상수 인천시장을 찾아가 동상 이전에 대해 논의해 볼 작정이야.”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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