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님! 올해도 고맙습니다.”

지난 23일 토요일 오후 2시. 인천시 남구 주안6동사무소 앞으로 230만원 상당의 20㎏짜리 쌀 50포가 배달됐다. 가져온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쌓여있는 쌀 포대 위엔 ‘작년에 보냈던 사람이 또 보냅니다’라는 쪽지만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이맘때도 아무도 모르게 쌀 50포를 기탁한 후 ‘사회의 소외계층과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을 위해 써 달라’는 쪽지가 놓여있었건만, 올해도 그 주인공이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감동한 직원들은 2년째 수 백 만 원 상당의 쌀을 기탁한 ‘얼굴 없는 천사’에게 감사의 말이라도 전하자며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쌀의 판매처가 농협인 것을 알고 추적해 봤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농협에 계좌로 돈을 송금해주며 ‘꼭 비밀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것.

그러던 중 26일 오전 11시쯤 허스키한 목소리에 60~70대로 추정되는 ‘얼굴 없는 천사’가 동사무소로 전화를 걸어왔다.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보이니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나눠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 역시 6·25전쟁 때 피난을 내려와 지난 30여 년 동안 여러 가지 궂은일을 겪으며 살다 이제야 형편이 조금 나아져 다른 사람들도 도와보자며 내놓은 쌀이니 본인을 찾으려 하지 말아달라는 말만 남긴 것이다.

신정만 주안6동장은 “각박한 세상에 자신을 감춘 ‘얼굴 없는 천사’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보내준 쌀은 지역 내 홀몸노인과 저소득 가정, 장애인 가정 등 50세대에 골고루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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