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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챙기고 나누는 왕언니
“이것저것 할 일 많은 동네지만, 여성파워가 발휘되면 단숨에 해결됩니다.”

통이 큰 여장부라 불리는 인천시 서구 석남1동 최정숙(53) 21통장은 동네 사람들에겐 며느리며, 딸이며, 친구며, 엄마다. 지난 2004년부터 통장이란 명칭이 따라붙게 된 그지만 이전부터 남을 돕는 일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난히 열심이었다. 그야말로 어지간한 남자 못지않게 일하며 겸손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사실 통장의 인기는 지역 노인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법. 소박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아 이런저런 복지혜택도 필요하고 보니 한 집 한 집 꼼꼼하게 챙겨 온 터라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이런 평가에도 자신은 한 일이 없다며 부끄러워하는 최 통장이지만 여성파워에는 힘주어 강조한다.

“석남1동의 경우 36명의 통장 중 21명이 여성일 정도로 상당히 많습니다. 남자보다 거리감이 적고 성실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죠. 동네 일이라는 것이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니까요.”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고 보니 집집마다 방문하는 데도 부담이 적고 노인들에게는 딸이나 며느리처럼 다가갈 수 있어 남자 통장들보다 장점이 오히려 많다는 것이다.

여자통장이라고 나약한 존재는 결코 아니다. 올 5월부터 한 달간 진행된 동네 인도공사에는 공사기간 내내 관리감독으로 참여, 하루도 빠짐없이 일에 몰두해 왔다.

자신의 선행을 숨기려드는 그지만 동네를 위한 후원에는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최 통장은 그야말로 적극적이다. 유독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많고 전형적인 서민지역인 만큼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보겠다며 발품을 파는 셈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것은 왠지 부끄럽지만 후원해 달라는 말은 전혀 창피하지 않아요. 여자통장이라 그런지 여유 있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더군요. 도움의 손길이 이어질 때, 정말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마을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는 되돌아오는 칭찬에 힘이 솟아난다고 전한다. “고맙다며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들고 오시는 할머니나, 감사한다는 말을 건네는 이웃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아직도 도움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데, 더 부지런히 뛰어야겠죠?”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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