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삼산동 부평역사박물관이 개관을 기념하는 기획전을 연다. 26일 오프닝, 8월19일까지 55일간의 미술여행이다. 개관 3개월만에 의욕적으로 준비한 전시다. 타이틀을 ‘백인(白人) 미술초대전’이라고 붙였다.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백지 바탕위에 작가들이 미술을 채운다는 의미에서 白人입니다. 주민과 함께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전시를 하는 또 하나의 취지죠.” 운영위원으로 준비해온 최병국 화가가 기획의도를 들려준다.

▲백인(白人) 미술초대전 오늘 개막

박물관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이미지를 미술관스럽게 바꾸어보자는 의도에서 순수미술 장르를 선택했다. 기획전시실과 2층 회랑을 온통 회화작품으로 채운다. 교육공간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부평지역 작가를 중심으로 인천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작가들을 초대했다. 99인이다.

“한자로 백을 뜻하는 백(百)에서 첫 한획 일(一)을 빼면 흰색을 의미하는 백(白)이 되잖아요. 꽉찬, 그래서 완벽해 보이는 백(百)명에서 한명이 모자란 99명을 불렀습니다. 개관한 지 얼마 안된 박물관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시명이 뜻하는 의미를 한번 더 풀어주는 최 작가다.

그는 한국화 파트를 맡았다. 서양화는 전운영 작가, 서예는 김재화 선생, 조각은 신종택 작가까지 4인이 운영위원이다. 그래서 장르가 한국화 서양화 서예 조각, 그리고 공예다.

“부평에 연고를 둔 작가들은 적극적으로 초대에 응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천의 중견·원로작가들을 모두 모셔왔어요. 인천에 이렇게 좋은 화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권경애, 이종구, 김규창, 노희정, 도지성, 김병찬, 안성룡, 이강화, 이부응, 오세완, 강난주, 권영세, 전도진, 최원복, 박영동, 김길남, 정현, 서주선, 김영애, 이삼영, 이환범, 이의재, 양창석…. 말 그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이들이 함께 했다.

이벤트도 준비했다. 일요일마다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한다. 8주동안 여덟명 작가가 선다. 각자 작품세계를 알리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이 공간에 예술향기를 뿌려놓으려 해요. 참여작가 모두 심혈을 들여 만든 작품입니다. 일부 장르이긴 합니다만 인천 순수미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뉴욕서 첫 개인전

지난해 가을 인천에서 개인전을 치르자마자 작업에 몰입, 해서 완성한 작품을 더해 올 1월 뉴욕으로 날아갔다. 그곳 크레코 아트갤러리에 작품을 걸기 위해서다. 그간 해외에서 그룹전을 여러 차례 치른 그이지만 개인전으로는 첫 초대전이다.

“나가서 보니 수묵이라는 전통이 더해졌을 때 한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작품 가치에 대한 그들의 인정이 전통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끌고가야 할 그림에 대한 안목과 확신이 확장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 가서 전시를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장소가 어디가 됐건 작가로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 “뉴욕 화단이 멀리서보면 화려한 야경처럼 찬란해요.

가까이 들여다보니 하나하나 독창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예술가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축적돼 있는 것이죠. 나도 자기세계를 갖고 열심히 해나가면 국제경쟁력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인생 30여년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됐다. 줄곧 수묵작업을 해온 인천의 중견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다. 화폭 가득 기개와 힘이 넘치면서도 세밀한 붓텃치의 어울림이 단연 돋보이는 작가다.

심상용 교수는 최병국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풀었다. “붓의 놀림과 농담은 전에 없이 자유롭고 대담하다. 그렇더라도 그것들은 여전히 자연의 넘볼 수 없는 설화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터치들은 세상을 넘나들 듯 한껏 분방하지만, 때론 무겁거나 거칠고, 부드럽고 느긋하기도 한 포괄적인 먹의 확산은 예리하거나 완만한 터치들을 아우르면서 최병국의 것들을 더욱 복잡하고 신비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지역화단의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가를 묻자 “내 역할은 이 정도라는 인식을 버려야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이 위치에 있으므로 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지워야해요. 허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가면서 이에 빠져들어가려 해요. 즐기면서 천진한 마음으로 가야 작가로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우선해 빠져들 수 있고 그래서 행복한 것, 그에게 그것은 다름아닌 그림이다.

글·사진=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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