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예비 후보가 발표한 인천 관련 선거 공약이 같은 당 후보나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앞으로 누가 최종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제시될 인천의 비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쟁 과정에서 각 후보가 인천보다 인구가 많은 서울이나 경기도 또는 지방 시·도민의 표를 얻기 위해 일방적 공약을 내걸수도 있어 지역의 각별한 감시가 요구된다.

24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각 당 대선 예비 후보들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선거 공약을 놓고 같은 당내에서조차 제각각의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인천과 관련된 대선 공약은 경부운하(한반도대운하) 및 경인운하 건설, 열차페리, 강화 교동도 일대 ‘나들섬’ 조성, 임진강 및 한강 등의 모래 준설을 통한 뱃길 조성과 개성공단 물품의 인천 운반 등이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당내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경부운하 건설 공약이 인천시민에게 경인운하의 반대로 잘못 전해지자 지난 1일 인천을 방문, 경부운하를 경인운하와 함께 건설하자는 취지였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을 정도다.

그러나 같은 당 이경재(서구 강화을) 의원은 “두 운하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내 한 복판에 또 하나의 청계천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반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친 노무현계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지난 8일 인천을 찾아 임진강 하구나 예성강 등에 쌓여 있는 양질의 강모래를 준설하고 한강의 수심을 깊게 해 뱃길로 활용하면 굳이 수 조원을 들여 경부운하를 뚫을 필요가 없다고 공박했다.

이 전 총리의 한강 뱃길론이 현실화되면 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돼 수해 방지 등을 위해 경인운하의 조속한 건설을 추진 중인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에게 불똥이 튈 수 있어 송 의원측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본보 6월11일자 1면 보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길에 발표한 인천항 열차페리는 인천과 관련된 최초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으나 같은 당 고진화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현실성 없는 열차페리 구상 자체의 철회’를 요구, 당내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열차페리는 자신이 해수부 장관 시절 이미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며 평가절하한데다 관련 업·단체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강해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명박 후보가 강화군 교동도 일대 한강 하구 퇴적지에 인공섬인 ‘나들섬’을 조성, 남북이 공동으로 제품을 생산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이경재 의원이 ‘칼럼’<본보 22일자 19면 보도>을 통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 귀추가 주목된다.

이 후보는 나들섬을 한반도대운하의 시발점으로 하기 위한 통제 및 관리시설을 설치할 것이라며 경부운하 건설과도 무관치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은 이 지역에 900만평의 인공섬을 만들면 장마철에 한강 및 임진강 주변에 어떤 대재앙을 유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지금 2천만평 규모로 확장되고 있는 개성공단이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북쪽에 위치, 2.3㎞의 다리만 놓으면 개성과 인천항을 잇는 물류단지 조성이 가능한 상태에서 2조원을 들여 인공 섬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강 하구 준설 프로젝트는 이해찬 전 총리가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명박 후보가 하루 전인 18일 갑자기 내놓아 ‘김 빼기’를 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각 후보 진영 간 물고 물리는 공약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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