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세운 경부운하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청계천 효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이 전 시장이 그 여세를 몰아 경부운하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이슈화 하려다 당내 반발까지 사고 있는 형국이다.

운하를 둘러싸고 인천지역에서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계양 을)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같은 당 홍미영 의원(비례대표)이 개발과 관련해 송 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송 의원은 “경부운하가 이명박이라면 경인운하는 송영길이라는 공식이 국회 내에 퍼져있다”고 사석에서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경인운하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시민건강 걷기대회’에 송 의원이 참석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경인운하와 연계, 계양산 롯데 골프장까지 찬성하는 분위기로 전해지고 있다. 송 의원은 이와 관련, 얼마 전 인천녹색연합으로부터 제명당했지만 경인운하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계양의 발전을 견인할 만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신념이 확고해 보인다.

반면 부평이 정치적 고향인 홍미영 의원은 계양산 롯데 골프장 등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계양산 문제를 거론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물론 환경부까지 압박,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의 든든한 원군으로 여겨지고 있다.

홍 의원은 골프장과 함께 경인운하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경인운하를 추진하는 주체가 사업추진을 위해 경제성 등을 왜곡했다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이 때문에 참여정부 하에서는 결코 건설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한나라당 이 전 시장이 경부운하를 내세운 점 때문에 범여권에서 경인운하를 반길 리도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 대해선 송영길 의원측도 갑갑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의원 측이 계양구의 현안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비쳐지자 일각에서는 계양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인운하를 내세우고 있는 송영길 의원을 개발론자로 규정하고 그 대척점에 홍 의원이 자리 잡으면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홍 의원 측에서 경인TV 방송국의 계양구 유치를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환경과 문화를 표방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측은 곱지 않은 시선이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홍미영 의원실 보좌관이 환경단체 출신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의 동네(?)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등 자기 컨셉트를 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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