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책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도 우리에게 좋은 교훈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헌책 마니아로 잘 알려진 최종규(33)씨. 그가 인천시 동구 금창동 헌책방 골목에 사진책 도서관 ‘함께 살기’를 열었다. 최씨는 1995년부터 지인들 사이에 ‘우리말 소식지’를, 1998년부터는 ‘헌책방소식지’를 내다 2004년 마지막으로 끝을 냈다.

지난해에는 헌책방에서 만난 사람과 책 이야기를 적은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을 출간했다. 그는 또 잘못 쓰는 말 가운데 고쳤으면 하는 말과 헌책방에서 만난 의미 있는 책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는 ‘우리 말과 헌책방’이란 격월간 1인잡지를 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6월1일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다. 최씨가 도서관을 연데는 이유가 있다. 서적관련 일을 7년간 하면서 모으기 시작한 책들과 어린시절부터 소장하고 있던 수많은 책들을 사진과 함께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뜻도 있다.

“헌책은 묻힌 책이 아니에요. 새로나온 책들 가운데 30%는 옛날에 출간된 책을 다시 펴내는 것이니까, 헌책은 어찌 보면 새 책이 아니겠요. 그 만큼 가치로보나 내용으로나 부족할게 없는 책들이거든요. 그걸 알리고 싶었어요.” 현재 그는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금창동 우각로 보존 문제와 금창동 관통도로 공사 문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배다리와 우각로는 개항장과 더불어 인천 근현대 역사를 증언하는 장소이고,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철도가 있는 곳입니다. 교육과 기독교, 노동운동의 산실이기도 하구요. 이런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쉬는 곳을 관통도로 공사로 인해 단절시키려 하고 있으니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씨는 책을 통해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책 속에서 진리를 발견했다는 그는 역사와 문화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곳, 금창동 자체가 역사와 문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보는 이들은 저를 가난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도서관을 열어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습니다. 금창동의 문화인 헌책방에도 들러 책도 보고 이웃들과 얘기도 할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와 삶을 가꿀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헌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헌책 활용에 적극 동참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송효창기자 jyhc@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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