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이 유찰됐다.

방송위원회가 “5개 신청 사업자 모두 허가 추천에 필요한 기준 점수(650점)에 미달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제기돼 온 ‘유찰설’이 현실로 나타나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업자 허가추천 심사위원장을 맡은 양휘부 방송위 상임위원은 “방송위원회도 심사 결과에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5월9일까지 새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갖가지 의혹에 대해서 “의혹들은 방송위원회와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하고, “경인 민방 허가 추천 대상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방송위는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정컨소시엄 밀어주기?

지난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인민방 유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유찰설’은 심사가 진행되기 훨씬 전인 지난해 말부터 방송가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언론노조는 당시 “사업자 선정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 선정 자체를 무산시킬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 소문이 현실화되려면 1천점 만점에 5개 컨소시엄 모두 650점(기준 점수) 미만의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인지 상상조차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경쟁 사업자가 5개나 되는 상황에서 유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심사결과 5개 컨소시엄 모두 기준점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어 청문절차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는 방송위원회가 청문회 참석자 기준을 돌연 변경, “특정사업자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방송가에서는 ‘유찰설’과 관련한 ‘특정사업자 밀어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양휘부 상임위원은 23일 새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의혹들에 대해서 “방송위원회는 전혀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심사위원회의 심사평가 결과가 존중돼야 한다”며 “방송위원회는 어떻게는 사업자를 선정하려 했는데 이번 선정 작업이 5개 사업자 가운데 1개를 뽑는 상대평가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위가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 선정은 상당히 엄격히 진행됐다. 실제로 변호사 한 분은 어떤 컨소시엄에 아주 작은 일에 관해 자문에 응한 적이 있다고 해서 선정과정에서 교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 상임위원은 “5개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심사위원들이 다시는 경인지역 iTV와 같이 민방사업자가 실패하는 사례가 없었으면 한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방송위도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업자 허가추천 심사 의견청취와 관련해 방송위원회는 심사기준과 원칙을 일체 변경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전망

양 상임위원은 이날 “우리들 임기 내(5월9일)까지 새 사업자 선정 작업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이와 관련한 세부일정에 대해선 이날 밝히지 못했다.

양 상임위원은 다만 “지금 컨소시엄 그대로 하면 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심사기준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해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방송위원들의 임기 안에 경인민방 새 사업자가 선정될지에 대한 의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새 경인민방은 iTV와 달리, 인천과 경기는 물론 서울까지 가시청권역을 확보했다. 때문에 이번 선정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각 컨소시엄간 경쟁이 치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특정사업자를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이 방송가에서 끊임없이 나돌았고, 방송위는 이날 ‘유찰’을 결정했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방송위의 결정에 “5개 컨소시엄 중 어느 하나를 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돼 방송위가 일단 어느 사업자도 선정하지 않고 공모 자체를 유찰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런 이유로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방송위원들이 ‘소신’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에서는 방송위의 유찰 결정에 따라, 2~3개의 컨소시엄이 합종연횡 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점치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제시돼왔고, 이날 발표 이후 중기협 등이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의사를 밝혔다.

양 상임위원은 “그랜드 컨소시엄은 업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iTV 정파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위가 향후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채 ‘유찰’을 결정, 이에 따른 비난과 후유증 또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