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경부운하 건설 계획이 ‘배가 산으로 가는 황당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임진강 하구 및 한강 뱃길 활용 방안을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현 국가 최대 논란거리인 경부운하 신설 백지론은 물론 경인운하 무용론 대두도 불가피, 경인운하 개발론을 펴고 있는 지역 정치권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 전 총리는 지난 8일 인천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위원장·이해찬) 주최 강연회 인사말에서 “임진강 하구에 쌓여 있는 양질의 강모래 30억t을 준설하면 남쪽에서 30년을 쓸 수 있다”며 한강 뱃길론을 폈다.

그는 이 모래를 값싸게 구입, 인근 청라경제자유구역이나 김포 등 신도시의 골재로 활용하고 임진강과 한강의 수심을 깊게 하면 서해안에서 마포까지 뱃길이 생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주장하는 경부운하의 의미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측에서 구입하는 1년치 모래 값으로 북측에 400㎞의 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 만큼 말 많은 현금 대신 북한의 개성과 평양, 평양과 신의주 사이에 도로를 놓아 주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서해와 임진강, 한강을 연결하는 뱃길이 생길 경우 계양구 굴포천 방수로를 활용해 추진되는 경인운하에 대한 회의론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환경론자들이 한강 뱃길을 이유로 경인운하 건설을 반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총리가 곧 당 차원에서 대책을 밝힐 것이라고 주장, 경인운하 건설론을 펴고 있는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이 전 총리의 주장대로 임진강 모래를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서해에서 임진강을 통해 한강으로 진입하는 뱃길을 만든다면 경인운하보다 더 큰 환경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 전 총리실 관계자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우리 주장은 운하를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라 뱃길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경인운하는 경기 남쪽에서 발생하는 물류를 담당하고 한강 뱃길은 개성이나 인천 북측의 일부 물류를 담당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화영 의원 등이 정부측에 임진강 모래 활용 방안 등에 대한 정부 의견을 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경인운하가 지역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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