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매는 학교에 가지 못한지 수십 일이 지났다. 친어머니가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다.

‘행실이 부적절한데 학교에 가서 뭘 하겠냐’며 아이들의 행동을 의심하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지만 완강히 등교 길을 막는 어머니를 뿌리칠 방법이 없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집안에 쳐 박혀 있는 것이 두 자매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인천지역 아동학대 신고접수 및 상담 가운데 이같은 ‘방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인천시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강진석)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접수된 아동학대신고접수는 학대와 일반 상담건수를 포함해 126건에 이른다. 지난 1월 13건에 불과했던 상담이 지난 3월부터 매달 30건 이상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고 및 상담이 증가한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꾸준히 변화하고 있고 요즘은 더운 날씨로 얇아진 옷차림에 아동들의 학대 흔적이 쉽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드러난 사례는 모두 84건으로 ‘방임’형이 42건을 기록, 50%를 차지했다. 단순한 ‘방임’을 넘어서 신체적인 학대나 정서적인 학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유할 수 없을 만큼 끼니는 물론 옷도 주지 않고 아파도 치료하지 않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오랫동안 위험상태에 내버려 두는 경우다. 게다가 일부는 신체적인 학대까지 더해져 아동들을 더욱 위험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2005년 아동학대 건수 147건 중 ‘방임’형은 77건, 2004년 151건 중 92건, 2003년 183건 중 91건 등으로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피해아동의 연령도 11세 이하가 대부분이다. 1세미만 1명, 1~2세 2명, 3~5세 10명, 6~8세 24명, 9~11세 21명 등이다.

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하는 행동은 죄가 안 된다는 생각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어 ‘방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부모가 고학력이거나 전문직인 경우에도 발생되고 있어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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