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의 일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를 결정하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총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날 인천시에서는 OCA 총회에서 인천 유치의 당위성을 알릴 제안설명의 최종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대회 유치본부와 투표권이 있는 OCA 45개 회원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의 회의가 비밀리에 열렸다.

이때 인천에 우호적일 것으로 평가했던 중앙아시아 5개국과 일부 중동국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 지역 PM의 보고가 있었고, 곧바로 대책회의가 진행됐다.

이후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와 친분이 있는 국내 기업과 지역 정치인들이 동원되고,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OCA 총회에 앞서 안상수 시장은 중동의 중심 두바이를 먼저 찾았다.

결국 인천은 이들 국가의 지지표를 지켜 OCA 총회에서 45표 중 32표를 획득, 경쟁지 인도 델리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2014년 아시아게임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것이 민선 4기 안상수 시장이 지난 7월 재임하면서 공직사회에 새롭게 도입한 ‘PM제도’의 성과라고 허기동(51) 평가담당관은 설명했다.

PM은 시가 추진하는 주요사업에 대해 5급 이상 사무관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지정해 잦은 인사로 부서이동 없이 책임행정을 실현할 수 있게 하고, 수시로 업무추진상황을 보고토록 해 최고 결재권자는 물론 관련 부서와의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했다.

허 담당관은 “그동안 대부분의 행정 사무가 관료사회의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특성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는 관도 바뀌어야 한다는 내부에서의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인천시가 처음 실험적으로 도입한 PM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자치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과관리 위주의 BSC(균형성과기록표)제도는 일의 경중보다 양 위주의 평가시스템으로 직원들이 정량 위주의 실적만 챙기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종합적인 조장행정을 해야 하는 지자체에서는 BSC제도 보다 PM제도가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허 담당관이 지금의 평가담당관의 전신인 확인평가팀장 직책을 맡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줄곧 PM제도를 고집해온 이유다. 그는 지난 달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실시된 ‘혁신 명품 성과 창출을 위한 2007년도 지방행정혁신 브랜드 사업’ 평가에서 PM제도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5천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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