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45년 동안 나태하고, 올바르지 못한 길에서 헤맸던 과거의 기억들이 요즘 들어 더 또렷하다. 앞으로 훌륭한 후배 공무원들은 내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오는 30일 퇴임하는 조건호(71) 옹진군수는 33년 간의 임명직 공무원에 이어 민선자치단체장으로 3선을 했다. 그의 공직 기간은 국내에서 최장 기록이지만, 고향 옹진군에서 3선으로 군수를 지냈다는 점 역시 많이 회자된다.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조 군수는 서울 수도고등기술학교에서 교무주임 직책을 맡으면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우연히 경기도 공보실장 채용시험 공고문을 보게 됐고, 이 시험에 합격하면서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1962년 6월 10일’. 이 날을 조 군수는 잊지 못한다. 바로 부천군 초대 공보실장으로 발령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실미도’ ‘풀하우스’ ‘슬픈연가’ 등 드라마세트장으로 유명한데, 이미 조 군수는 1963년 부천군 공보실장으로 재직할 때 35mm 홍보문화영화 제작을 기획한 바 있다고 회고했다. 홍보영화에 여배우 최은희씨가 출연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획이었다고 한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조 군수가 옹진군 일대의 섬을 천혜의 도서관광지로 발돋움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조 군수는 옹진군이 분단의 흔적이 많은 지역이라고 전했다. 인천의 옹진군과 황해도의 옹진군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다른 체제면서 같은 행정명칭을 가지고 있다. 군수로 재직하는 동안 군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했고, 황해도 옹진군과의 자매결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퇴임에 앞서 조 군수는 최근 ‘공직 45년, 섬에 희망을 묻는다’(다인아트 출간)라는 수상집을 냈다. “공직생활의 경험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출간소감을 밝혔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옹진군의 중요 정책에 관한 관점과 함께 공직자의 자질론 등이 담겨있다. 공무원 초년 시설부터 고위 간부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도 함께 실었다. 〈시민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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