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대표적 계간지인 ‘황해문화’가 6월 1일자로 발행된 ‘2007 여름호’에서 인천시가 추진 중인 ‘국제화 정책’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김명인 편집주간(인하대 교수)은 권두언을 통해 “작금의 글로벌 인천 담론에는 자본의 논리가 너무 압도적이다. 담론을 떠난 현실의 전개과정에서는 그 자본의 논리조차 건전한 형태를 유지되지 못하고 속물화하고 있는 양상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지역화라는 미명 아래 인천에 개발붐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단기적으로 한몫 차지하려고 천민적 투기자본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 빠져나가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파국으로 이어지게 되면 인천의 부활이 아니라 인천의 재앙 및 파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인천은 살기 좋은 인천인가’라는 6편의 특집 글들이 인천이 세계지역화, 혹은 지구지방화의 선진도시를 지향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낳게 될 양극화와 일상적 삶의 안정성 파괴, 투기화와 도시 황폐화에 대한 걱정 역시 그에 못지않게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 인천 르네상스를 바란다면 인천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작금의 인천 붐 앞에서 보다 냉정하게 세계화 시대의 진정한 고품격도시가 되는 길이 무엇인가 성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구대 최병두 교수(지리교육과)는 ‘지구-지방화, 메가 프로젝트, 글로벌 인천’이란 제목의 글에서 “인천경제구역의 성공 전망은 사업 추진의 주체 측, 즉 사업에 포섭된 개인이나 집단들의 입장에서만 논의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진정한 성공은 이 사업에서 배제된 사람들과 자연생태계에 대해 어느 정도 배려를 하고, 사업 추진의 효과가 이들에게 어느 정도 수혜로 작용할 것인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

최 교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 된 후 4년이 경과한 현재 이곳에 외국자본 유치가 부진한 실정으로 학자나 공무원, 언론 등이 ‘경쟁국에 비해 투자 여건이 열악한 데다 각종 행정 규제가 걸림돌’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인천의 지역경제학적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천 발전담론과 발전주체의 재구성’이란 논문을 통해 “서울 유명 대학 캠퍼스 유치, 151층 인천타워 건설 등으로 활기차게 뻗어나가는 2007년의 인천을 바라보면 1970년대가 떠오른다. 이는 지금의 인천을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경제 중심적 접근과 개발주의 담론이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천시민들은 중앙정부와 인천시가 설계해 끌고 가는 세계도시 인천, 트라이포트 인천,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 인천, 송도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대상일 뿐이라고 우려하고 대안으로 관료와 부동산업자와 개발주의자들이 중심이 된 인천 발전의 주체, 인천 발전담론의 주체를 혁신해 창조적 인재들이 인천 발전의 기획과 담론의 중심에 서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무원들이 물량중심적 세계관, 하드웨어적 접근, 경제주의적 사고, 유치(誘致) 의존형 발전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인천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철학’을 담을 것을 주문했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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