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t의 물이 필요하다고 그 만큼의 물을 흐르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죠. 아무리 물을 맑게 해 1급수가 된다해도 회귀성이 있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면 결국 그 물은 썩게 되니까요.”

전도식 자동수문장치의 개발과 시공으로 건설교통부로부터 대형건설사들과 나란히 혁신우수사례 업체로 선정된 (주)삼안산업 박정원(43) 대표는 적어도 물에 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할 말이 많다.

1996년 7명으로 시작해 영남지사와 호남지사를 포함해 30여명 규모의 회사로 키워오기까지 스스로 잘못된 친환경 정책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의 소규모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개발한 제품과 시공기술로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과 나란히 건교부 우수사례업체 은상을 수상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국 그동안의 고집스러움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주)삼안산업이 개발한 전도식 수문장치는 전력공급장치나 제어장치 등 부대설비가 전혀 필요없는 무동력 수문으로 건설비를 대폭 줄이고 오염원으로 인한 퇴적층 발생도 거의 없어 물의 자정기능을 높이는 친환경수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간단한 조작으로 계획수위를 상시 유지하고 조절할 수 있고 유선형으로 제작되어 이물질의 걸림과 유속에 대한 저항도 적다는 점이 큰 점수를 받아왔다.

“처음엔 그냥 수문이나 댐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일제시대 수리시설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화가 났습니다.”
지난 2002년 자체적으로 기업부설연구소인 친환경수문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지금까지 기계적 성향을 배제한 친환경 수리시설 연구에 주력해 온 것도 결국 오기와 믿음에서 비롯됐다.

그런 믿음으로 인해 삼안산업 직원들은 생산직을 제외한 전직원이 법인카드를 가지고 있다.
흔히 법인카드를 활동비나 접대비에 사용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부터 바꾸고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박 대표의 의지 때문.
물론 일부 퇴직을 앞둔 직원들이 마지막 술자리에서 흥청망청 사용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이제는 직원들을 더 활동적이고 빠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평가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일 때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부득이하게 바꾸어야 한다면 자연과 가장 가깝게 바꾸어야 하는게 바로 올바른 정책이고 우리의 미래죠.”
요즘도 자연과 동화할 수 있는 자연형 수문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박 대표는 주말에도 지역의 환경단체 회원들과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고 말을 잇는다. 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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