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인천 출신 이천수, 김남일, 김영철 선수(부평고)가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는 것 아시죠? 세계적 축구스타를 길러낸 부평의 정기를 우리가 이어받을 거예요.”

20일 오전 10시 인천 부평구 부영공원.
축구 유니폼을 제대로 갖춰 입은 여성 20여명이 모였다. 얼핏 보아 중년은 됐음직한 이들도 눈에 띄지만, 코치의 지도에 따라 몸을 풀고 공을 다루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9월이면 부평구 여성축구단이 창단 1년을 맞습니다. 연륜은 짧지만 머지않아 전국 최고의 여성축구단이 될 겁니다.” 유경희 감독(53)의 말 속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이 축구단은 여성축구단의 창단 붐을 타고 지난해 부평구 생활체육협의회가 중심이 돼 창단했다. 지역 여성들의 건강을 단련하고 친목을 도모하자는 것이 취지였지만, 하면 할수록 기량이 늘자 선수들은 전국 최고의 여성축구단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꿀 정도가 됐다.

5~6명에 불과했던 팀원이 30명 이상으로 늘었다. 젊은 시절 축구를 조금 했던 이들도 있지만, 거개는 건강관리를 위해, 혹은 축구가 좋아 자원했다. 20대에서 40대 후반인 선수들은 매주 화, 목, 토요일 오전 10시면 가사일은 물론 중요한 약속도 미룬 채 부영운동장으로 달려온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운동장을 찾는 유 감독을 비롯해 송성기 단장, 이인호 코치의 체계적인 지도와 훈련을 받으며 이들은 평범한 여성에서 축구선수로 변모해가고 있다.

“인천시 여성축구단, 김포의 할렐루야 여성축구단 등 다른 축구단과 연습경기를 많이 합니다. 초기에는 다리만 조금 채여도 바닥에 턱 쓰러지며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고, 연습량이 너무 많다, 덥다, 춥다며 울상을 짓던 팀원들이 지금은 공을 안 빼앗기려고 이를 악물고 뛰고, 웬만큼 아파서는 내색도 않는 강인한 전사로 거듭났습니다.” 유 감독은 유약했던 여성들이 건강과 활력을 찾고 있어 보람 있다고 덧붙였다.

“어제 월요일 새벽, 한국과 프랑스전을 보면서 얼마나 응원을 했는지 목이 다 쉬었어요. 축구를 안 할 때는 그저 그랬는데 축구를 한 뒤로는 마치 내가 월드컵 선수가 된 것처럼 몰입이 되더라구요.” 주장인 김순화씨는 축구가 새로운 인생을 찾아줬다고 했다.

9월, 축구단은 전국 여성축구대회에 나간다. 각 시·도 대표 16팀이 겨루는 정식 대회의 첫 출전이지만,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앞서 오는 23일에는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운동장에서 고양시 여성축구단과 시합이 있다.

선수들은 “아마추어 축구단이지만, 여성들이 뭉치면 뭔가 해낸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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