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은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지난 1월23일 동사무소 현관 앞에 쌀 한가마니(80㎏)가 다 들어가는 큼직막한 쌀독을 놔뒀다.
때만 되면 불우이웃돕기다 뭐다해서 쌀 한 포대를 툭 전달하는 것보다 필요한 이들이면 언제든 쌀을 가져도록하는 것이 좋을성 싶어서였다. 또 한 끼니가 간곡해 도움을 받고 싶은데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독안의 쌀은 독지가나 지역 자생단체들의 후원으로 채워져 주민간 정을 나누며 사는 지역복지 공동체 실현도 내심 바랬다.시행초기 동네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고 와 검은 봉지에 가득 담아가는 통에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할머니, 형편이 궁한 주민들이 골고루 많이 가져갈 수있도록 한 끼 잡수실 만큼만 가져가셔야 합니다.” ‘못 가져가게 한다’고 노여워하는 할머니들을 설득해 시간이 갈수록 ‘사랑의 쌀독’은 자리를 잡아갔다.
‘동사무소 앞에 사랑의 쌀독 있다’는 입소문이 문학동에 퍼지면서 이용자들은 점차 늘었다. 지난 2월 한 가마니(80㎏)로 시작한 ‘사랑의 쌀독’은 3월에 160㎏, 4월 80㎏, 지난 달에는 100㎏으로 증가추세다. 지금까지 모두 590㎏의 쌀이 소진됐다. 문학동은 이용자들이 늘어나자 지난 19일 관교·문학새마을금고에 ‘사랑의 쌀독’을 하나 더 마련했다.
쌀독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반길만도 하지만 권 동장은 요즘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든다. 할머니들보다는 30~40대 가장들이 쌀독 근처를 기웃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있기 때문이다. 고정으로 쌀을 가져가는 가구는 7가구였으나 지금은 10가구 정도 된다. 늘어난 3가구는 젊은 층이다.
권 동장은 “문학동은 빌라촌이 많아 대부분 형편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지만 30~40대 젊은 사람들이 끼니 해결을 위해 바가지로 쌀을 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