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자유공원에 인천의 랜드마크로 불리던 인천각 등 5개 근대 건축물을 복원,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되살린다는 인천시의 ‘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을 둘러싸고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타당성 검토, 시민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추진을 확정한 현 시점에서 역사성과 복원문제 등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의제기인만큼 추진 주체측에서는 일견 당혹스러움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만국공원 복원이 단순히 역사적 유물을 복원한다는 차원을 넘어 인천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각의 목소리다.

찬반 논점은 크게 두가지다. △건물 복원이, 정체성을 담보하는 역사성을 갖느냐 △복원은 과연 가능한가. 논리의 한축에 역사학자를 포함한 인문학자가 있고, 건축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대척점에 서 있다.

▲인천 정체성 담보할 수 있나

인천발전연구원은 2004년 하반기 자체연구과제로 ‘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 기본구상 및 시설배치 계획’을 수행, 그해 말 보고서를 낸다. 이듬해 2월 시는 도시재생사업 첫 사업으로 이를 선정하고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에 ‘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에 대한 타탕성 검토 연구용역을 맡긴다. 결과물이 나온 것이 2005년 말, 시민공청회를 거쳐 사업안이 확정된다.

사업방향 설정은 자유공원의 역사·문화적 가치에서 출발했다.
한국 최초의 서구식공원으로 오랫동안 인천의 상징적 공간 기능을 해왔다는 점이다. 다문화 융합 역사를 지닌 개항장 특징을 전향적으로 보여준 공간으로 바라본다. 개항후 조계지 한가운데 위치했던 관계로 문화접변지대가 기능했다. 이러한 융합성의 아우라는 공원의 명칭, 공간배치, 건축물 양식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다국적 문화교류 및 융합은 인천의 정체성을 일구어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타당성검토를 수행한 인천학연구원 김창수 연구위원은 “근대문화의 출발점 개항이 갖는 의미가 인천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것으로 식민도시를 거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식민 유산은 가치없으므로 없애야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역사관이자 우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논란소지를 피하기 위해 복원 시점을 을사늑약 이전(1905년)으로 잡았다”며 “과거 부정요소만을 꺼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 보단, 논리 대 논리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덧붙였다.

심진범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사업 의의에 대해 자유공원이 구도심 근대역사문화유산의 ‘문화터미널’로 의미있다고 강조한다.

“복원사업을 통한 문화공간적 재구성이 다른 근대문화역사 자원과 상호결합,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제물포항, 인천역, 각국공원으로 이어지는 근대 개항장 역사문화탐방 네트워크를 구성했을때 창조적 복원사업이후 각국공원은 문화터미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축에서는 역사성의 근원을 부정한다. 조계지내 각국공원이라는 태생부터 식민시대를 거쳐 해방공간, 인천상륙작전 승전기념 맥아더 동상 건립,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공원이야말로 인천의 근대적 자아가 투영된 공원조성 및 건축물 건립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각국 공공지대를 이름으로 만들어 썼다는 점과 그곳에 뿌려진 외세 자본이 득세한 건축물이 어우러진 이땅에서 다문화공존 특성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세계화를 향한 열린시각과 자신감의 발로에 기인한 자구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건축비평가 전진삼씨는 “사업의 정당화를 위해 다섯개의 건축물에 타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정체성을 도출해내는 식”이라며 “과거 건축물을 오늘에 가져와 살려내는 것은 표층이 다른 현대 것을 옛것이라며 가치를 씌우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복원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과거로 회귀하고자 한다면 자연공간으로 돌려 줄 것을 제안했다. “존스턴별장 고유의 자리가 갖은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물리적으로 다른 건축물을 가져다 집어넣는 것은 의미 없다”며 “그 지역 고유의 역사성을 살려 자연공간으로 놓아두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손장원 제능대 실내건축디자인과 교수도 이에 의견을 더한다.
가식적 건축은 데코레이션에 불과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창조적 복원을 하려면 옛 것에 대한 단순 재현이 아니라 이 시대 문화적 가치를 담은 상징성을 만들어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컨텐츠 문제와 관련, “예컨데 세창양행은 ‘최초의 서양식 주거시설’로 가치로 매길 순 있으나 인천의 정체성을 담보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창조적 복원이라는 포장으로 역사성을 호도하지 말고 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고 공표하라”고 제기했다.

▲복원인가 재현인가

복원문제에 대해 건축학자들은 한결같이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다섯 건물중 비교적 사진자료가 풍부한 인천각조차 부분적인 사진조합을 통해 표면적 입면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내부 평면도는 당시 공간경험자 기억을 바탕으로 그려낸 것이니만큼 부정확, 결국 원형복원은 불가하다고 의견을 단다. 더우기 내부는 이시대 요구에 맞춰 기능을 부여해 채우면 된다는 것이야말로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손장원 교수는 “복원이란 군락지가 있는 상태에서 멸실된 부분을 살려내거나 혹은 현존하는 건물을 옮겨다 다시 세우는 것이지, 아예 없어진 것을 살려내는 것은 말 그대로 ‘재현’에 불과하다”며 “건축학에서 창조적 복원이란 메타포라는 은유적인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건축적·예술적 가치없는 건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측은 소실 건물에 대해 내·외부를 원형그대로 완전하게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건축학자가 완전복원만을 가치로 인정한다면, 논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컨데 건축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전면 한쪽만 복원한다거나, 입체 전체를 복원하되 내부는 현대적 기능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복원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존스톤 별장의 경우 외부사진 70장, 내부사진 2장, 1·2층 평면도를 확보한 상태로 21세기 수리 예측 기술을 대입 할 때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김창수 연구위원은 “단지 건축만, 단지 역사만 대입하는 시각보다는 문화전체를 보고 최대치를 복원하려는 아우라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부분과 전체의 논쟁은 소모적”이라고 단정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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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은 어떤사업

인천시는 자유공원을 100년전 개항기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주제공원으로 되살린다는 취지로 5개 근대건축물을 단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이라는 이름을 단 이번 프로젝트는 개항장 주변 각국을 대표하는 멸실된 근대건축물을 2011년까지 자유공원 2만여평 일대에 되살리는 사업이다.

대상 건축물은 존스톤별장, 세창양행사택, 영국대사관, 알렌별장, 러시아영사관. 이들 건축물은 관련자료 존재여부, 복원가능성, 활용가치 등을 검토해 선정됐다.

예산은 건축물복원에 230여억원, 공원정비에 32억원 등 276억원이 소요된다.

건축미학적 가치가 높고 인천의 상징으로 활용된 존스턴 별장을 우선 1단계 복원하고, 2010년까지 세창양행 사택과 영국대사관을, 마지막 3단계로 알렌별장과 러시아영사관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 복원자료 수집과 시민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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