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발효돼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주민소환법’은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지역 주민들에 의한 통제제도다.

지역 주민들이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 임기 중이라도 비리에 연루됐거나 무능한 한 인사들을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 뼈대다. 주민소환 절차와 문제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주민소환절차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소환하려면 먼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연대 서명을 해야 한다.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위해 인천시장의 경우 투표권자의 10%, 군수·구청장은 15%,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선관위가 서명의 적합성 등을 따져본 뒤 해당자의 해명을 듣고 투표일을 정해 공고하면 그 순간부터 투표 결과가 공표될 때까지 소환 대상자의 권한이 모두 정지된다.

◇소환이 확정되려면

투표가 실시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이 확정된다. 그 즉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직위를 잃게 된다. 지역 주민들은 이후 매년 4월과 10월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후임자를 뽑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 해당되나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며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비리연루 ▲잦은 외유성 출장 ▲지위남용이나 독선적 행정 ▲예산을 낭비하는 전시행정 ▲무소신·무능력한 행정과 처신 ▲부적절한 언동자가 직접적인 소환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은 없나

주민소환이 남발되면 지방행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잦은 재·보궐선거에 드는 비용은 결국 시민의 몫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소신 행정을 펴지 못하고 인기 영합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주민 여론을 이끌고 있는 시민 및 사회단체의 위상이 강화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일부 단체들의 소환 작업을 직업화해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걱정도 있다.

정당이 기초의원에서부터 광역 단체장까지 공천하는 현실에서 주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간과할 수 없다. 반면 사전 서명 10~20%가 지나치게 많아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반발도 있다.

가장 엄정하다는 검찰의 수사로 재출마 길마저 봉쇄 당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 대법원에 의해 무죄 판정을 받은 정구운 전 연수구청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무죄를 신만이 아는 상황에서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도 주민소환제의 한계다.

◇인천에서 누가 소환될까

주민소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민단체 및 지역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특히 위험하다.

골프장 문제로 여러 단체와 정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모 구청장이나 힘 있는 변호사를 사 정치자금법 관련 벌금을 낮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데다 최근 또 다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모 구청장 등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해 빈축을 산 모 구의회 전 의장 등도 누군가 서명 작업에 나서지 않길 기다려야 할 처지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