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읍지’는 공촌천을 이렇게 적고 있다. 계양산의 뒤편의 내(川), ‘빈장천(濱長川)’. 공촌천(公村川)을 일컫는 말로 해안까지 길게 뻗어 흘러간 냇물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공촌천은 징맹이 고개(경명현)의 서쪽 골짜기에서 발원한다. 그 물길은 고련이(공촌동)마을 앞 ‘공(公)’자 모양의 벌판을 지나 연일(연희동)지계인 과기평(독점)마을을 거쳐 고잔(경서동) 앞 바다로 통한다.

공촌동은 과거 ‘과기평’(過騎平)이라고도 불렀다. 말을 탄 기병들이 마을 한 벌판을 쉬지 않고 그대로 달려간 곳이라고 해서 유래했다. 1985년 인천승마협회가 이곳에 승마장을 개설해 말 십여 마리를 키우기도 했다.

빈장천은 흔히 ‘빈정천’으로도 통했다. 옛 김포국도에서 경서동(고잔) 국제 컨트리클럽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독점’은 빈정내(濱汀川)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냇개울’이라고도 했다.



(▲청라경제자유구역을 꿰뚫은 공촌천)

해방 뒤인 1946년 징맹이 고개(景明峴)의 서(西)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경서동은 ‘독점’이었다. 국제컨트리클럽 안에 녹청자도요지가 있듯이 해방 전부터 이 마을에 옹기(甕器)를 구워 내는 도요(陶窯)가 자리한데서 연유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이 도요지에서 만든 고려청자는 중국이나 일본으로 수출을 하기도 했다. 이곳의 흙은 자기를 빚는데 안성맞춤이라 70여 년 전만 해도 독그릇을 만드는 업자들이 모여들어 수도권에 토기를 공급했다. 인천서부산업단지 안에 극동요업이 자라 잡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는 접안시설이 없어 큰 배는 갯골에 댈 수 없었고, 무거운 도자기를 작은 배로 실어 나르다가 갯골 창에 빠지는 일이 허다했다.

경서동은 ‘쑥데이 고잔’이라는 딴 이름도 있다. ‘고잔’은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쑥 들어가 있는 곳으로 바다 쪽으로 육지가 쑥 내민 ‘곶(串)’과는 반대의 형상이다. 고려 때 이곳은 약으로 쓰는 사자발 쑥의 무역항으로 이름을 떨쳐 이름 또한 ‘쑥데이 고잔’으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한다.

옛날 연희동에는 바다를 방어하는 진지인 해방영(海防營)이 주둔했었다. 서해안 길목의 병참역할을 했던 곳으로, 병인양요(1866)이후 연희동 247에 군사진지를 설치한 것이다. 지금 인천시 녹지관리사업소가 있는 ‘용해머리’도 포대가 주둔하고, 외양선 침입을 감시했던 연희진지의 총괄대였다.

지금의 공촌천은 옛 빈장천의 모습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1980년 농수산부의 허가를 얻어 갯벌 1천227 만평을 메운 동아건설의 서해안 대 간척사업은 이 일대의 지도를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김포 대곶 가서섬에서 검단의 거첨도를 거쳐 일도·율도까지 강화수로인 큰 갯골창만 남겨두고 모두 메워 버렸으니 과거 빈장천의 물길이 바뀌는 것은 당연했다.

청라경제자유구역을 통과하고 있는 공촌천의 물길도 동아매립지 조성사업으로 새로 생겼다. 여기에 내륙인 연희동과 공촌동 등지도 연희지구 개발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징맹이 고개가 6차선으로 확장되다보니 공촌천도 빈장천의 옛 모습이 아니다.

경서동과 검암동도 몰라보게 변했다. 구획정리사업지구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온통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여기에 1990년대 초반 들어선 인천서부산업단지로 공촌천의 물길이 뒤틀리면서 옛 물길은 알 길조차 없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청정계곡 희귀 동·식물 터전


공촌천의 발원지 계양산


계양산(394.9m)은 산신제를 지내던 서해안 일대의 주산이다. 계양산의 이름은 부평의 옛 고을 명칭에 따라 같이 변했다. 수주 때 ‘수주악’, 안남 때 ‘안남산’, 계양 때 ‘계양산’ 등 처럼. 그러나 부평으로 부른지 거의 700년이 된 지금도 ‘부평산’이 아닌 ‘계양산’으로 불러오고 있다.

계양산은 인천의 진산답게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다. 여름 더위를 피해 계양산 기슭에 오른 가족들이 청정생물을 잡느라 한바탕 야단을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계양산 계곡에는 1급수에서 산다는 민물가재와 도룡뇽 등이 집단서식을 하고 있다. 계곡이나 빠른 물살의 개울에 사는 민물가재는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 양식이 불가능한 청정생물이다. 도룡뇽은 한국 특산종이자 1급수 지표종이다.

그러나 행락객들이 이곳에 몰려들면서 이들 청정생물이 심심찮게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벌레를 잡아먹은 희귀 식충식물 서식지가 계양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인천녹색연합은 2005년 현지조사를 통해 계양산에서 희귀 식충식물인 ‘땅귀개’와 ‘이삭귀개’ 등이 서식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43)은 “예전 계단식 논이었던 곳으로 보이는 300㎡의 습지에서 ‘땅귀개’가 군락을 이뤄 서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양산에서 확인된 땅귀개의 서식밀도와 규모는 중구 무의도 호룡곡산의 것과 엇비슷한 규모였다.

인천시는 이에 따라 이들 희귀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계양산 일부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방침을 세웠다. 시의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은 지난 2003년 8월부터 용역 조사한 ‘자연환경조사 및 보전실천계획’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생태계보전지역 예정지와 규모는 계양산 북부 목상동 습지 120㎡와 계양산 남부 지선사 습지 2천660㎡ 등이다. 시는 제정된 조례에 따라 희귀야생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생태계보전지역을 사들여 관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태다. 생태계보전지역 인근 계양구 목상·다남·둑실동 주민들이 생태계보전지구 지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곳에 생태계보전지역을 추가 지정할 경우 개발여지를 잃어버려 재산권 행사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주민들의 반대 이유다.

여기에 롯데는 생태계보전지역을 포함한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나서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며 210일 동안 나무 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생태계의 보고 계양산은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경서동 전설의 명물 사자발 약쑥·난지초


경서동은 예로부터 명물이 많았던 곳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약초로 쓰였던 사자발쑥이다.

북인천 IC로 향하다 보면 환경관리공단으로 들어가는 방향 못 미쳐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매립되기 이전 1980년대까지 만 해도 이곳은 바닷가 쪽으로 육지가 쑥 내밀었던 ‘곶’이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고잔’으로 불렀다.

고잔은 ‘쑥댕이(쑥데이) 고잔’이라는 별칭이 있다. 최고의 품질로 알려진 약쑥이 자란 곳이라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종실록지리지에 이 쑥의 효능에 대한 기록과 함께 경서동 고잔의 사자발 약쑥이 최고라고 평한 기록이 전한다.

사자발쑥은 해안가에서 자라는 약쑥으로, 생김새가 오글오글해 마치 사자의 발가락과 닮았다. 경서동 고잔 맨 끝자락에서 ‘금산’(金山)이라는 이름을 가진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이 곳에는 조선 세종 때 대제학을 지낸 류사눌의 묘(인천지방문화재)가 있기도 하다.

금산에서 가까운 곳에 난지도(蘭芝島)라는 섬이 있었다. 역시 환경관리공단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초입에 있던 섬이다. 뭍에서 지척이었던 이 섬과 금산 사이에는 큰 갯골이 하나 있어 밀물이 들어찼을 때는 건너지 못하다가 썰물 때만 갈 수 있었다.30~40여 년 전에는 이곳 난지도에 30여 가구가 살기도 했다.

난지도에는 한약재인 명약 난지초가 자랐다고 해서 섬 이름도 난지도였다. 영약이라는 소문을 퍼지면서 사람들이 난지도를 들락거리며 난지초를 마구 뽑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난지초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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