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극적으로 1-1 무승부를 이뤄낸 태극전사들에게 세계가 놀라움이 가득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19일 새벽(한국시간) 라이프치히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G조 2차전 경기에서 한국팀은 전반 9분 앙리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불굴의 투혼으로 버텨 후반 36분 드디어 박지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개막전에서 스위스와 0-0으로 비기고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진력을 다한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어서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트사커의 중원 사령관 지단과 2차례나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로 뽑혔던 골잡이 앙리는 1골을 넣고 나서도 전반전 내내 우리팀 골문을 휘젓고 다녔다.

화려한 개인기에 우리팀 수비수들은 버거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골키퍼 이운재가 결정적인 슛을 두 번 씩이나 막아냈다. 이에 힘입어 주눅들지 않고 버틴 태극전사들은 후반 체력이 떨어져 다소 느슨해진 프랑스를 몰아붙여 값진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2002년 6월 그 날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의 일등공신을 굳이 따진다면 한 골을 합작한 설기현, 조재진, 박지성과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 등이다.이날 경기를 지켜본 베켄바워 월드컵 조직위원장도“무승부를 이뤄낸 한국팀에 찬사를 보낸다”며 한국팀의 선전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서 평가절하되는 측면이 있었다.경기전 영국의 스포츠 도박회사 윌리엄힐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 스코어는 프랑스의 2-0 승리였다. 선수들 몸값으로 보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보나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것이 객관적 시각이었다.

조별리그 레이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각 조의 16강 진출팀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이 속한 G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마지막 3차전 결과에 따라 골득실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애초에 프랑스와 스위스가 조 1,2위로 무난하게 16강에 오를 것이라는 해외 축구 전문 사이트들의 전망을 완전히 뒤집는 판도다. 이번 대회에서 최대의 혼전을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 체코, 가나, 미국이 속한 ‘죽음의 E조’에 비견될 정도다.

2002년에도 한국팀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6강행이 결정됐었다.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로데오 거리에서, 아파트에서, 심지어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며 황해를 항해하는 국제여객선 안에서 밤을 하얗게 새우며 목이터져라 응원한 시민들은 ‘작은 장군’ 아드보카트가 이끄는 태극전사들이 남은 스위스전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 반드시 16강에 진출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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