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지역 석남3동, 작은 것 하나 나누면서도 기쁨이 되는 동네지요.”

제2의 고향 인천에서 그저 좋은 일 하며 살고 싶다는 황동현(62) 주민자치위원장. 그는 ‘무슨 위원장’이란 직함보다 선한 인상의 ‘밤 나무집’ 아저씨로 불리고 있다.

4천평 규모에 250그루에 달하는 밤 농장은 매년 가을이 되면 밤을 주우러 오는 유치원생들의 자연 학습장이요, 여름이면 주민들의 시원한 피서지로 공개된다.

지난 2005년부터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지만 동네에서는 이런저런 해보지 않은 일이 없는 그다. 최근 황 위원장이 야심차게 진행한 사업은 원적산 등산로 철쭉길 만들기다. 3년에 걸쳐 등산로 주변에 수천 주에 달하는 철쭉을 심은 결과,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철쭉이 우거지면서 지역의 명소가 되었으면 했어요.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행복하고 나중에 이 동네에서 살아갈 내 손자 녀석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업이라 생각해 시작했습니다.”

2만 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변변한 상가도 없고, 공장도 없고, 식당도 없는 석남 3동은 영세빌라와 단독주택이 전부인 영세지역이다.

그렇고 보니 손가는 일이 너무 많다. 넉넉하지 않지만 이웃에 대한 정은 남달라 옆집 숟가락과 젓가락 숫자까지 셀 정도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홀로사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생각 끝에 요구르트 배달 사업을 벌였습니다. 배달 아주머니들이 요구르트를 나눠드리면서 밤새 안녕하신지 살펴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지요.”

할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예산에 묶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때는 못내 답답하기만 하다. 노인정이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먹을거리며 이런저런 것들을 전해주고 있는 황 위원장은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남들의 칭찬에 손사래부터 친다.

“50년 가까이 동네에 살다보니 아는 분들이 많아 제가 가진 것을 그저 나눠 먹는 것일 뿐 결코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 도와준다고 할 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남은 생을 이웃들과 함께 오순도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전부라는 그의 겸손한 변명이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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