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틈새로 미스코리아들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 부산, 인천 그리고 뉴욕, 일본, 중국 등의 해외동포들도 제50회 미스코리아선발대회를 겨냥하여 예선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미스코리아로 선발되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활동하고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한껏 부러운 시선을 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뽑는 일’인데 요사이는 숨어서 몰래(?) 해치우는 느낌마저 드니 모를 일이다. 텔레비전에서 미스코리아선발대회를 중계하지 않는 것이 큰 이유일터인데, 여성단체들은 선발대회가 성을 상품화한다고 비판하면서 ‘안티미스코리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름다움은 모두의 소망이지만, 그 기준만큼은 누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마스코리아선발대회에 반기를 드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월드컵에 대해 감히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모든 나라에서도 언론과 자본들이 눈물나게 선전하고 선동한 결과 월드컵은 이제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 지구인들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안티월드컵’이라니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안티월드컵운동은 축구라면 열일제쳐두고 쫓아다니는 훌리건들로 넘치는 유럽에서 활발하다. 특히 빅 리그가 있는 스페인, 영국, 독일에서도 타도 월드컵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데, 스페인에는 안티월드컵 10계명이 떠돌고 있으며, 영국의 인터넷 사이트 ‘월드컵을 멈춰라’는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하기는 텔레비전을 켰다하면 광고방송이든 정규방송이든 시도 때도 없이 붉은 악마가 튀어나오고, 태극전사들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오! 필승코리아가 흘러나오니 도대체 어디로 숨어야 할지 모르겠다. 4천800만 온 국민은 한결같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새벽 4시에 응원 나오지 않으면 매국노(?)로 전락시키는 분위기는 당황스럽다 못해 불쾌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그냥 대~한민국을 외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기 전에는 반드시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권유하는 국민체조를 하라고 들볶고 있으니 그야말로 광란이다. 도대체 국민배우 안성기, 국민가수 윤도현, 국민타자 이승엽 그리고 국민여동생 문근영은 언제 누구 마음대로 국민투표를 해서 선출했다는 말인가! 이제 애국을 강요하는 삼류코미디는 접어야 한다.

애국심은 월드컵으로 만들어지고 단련되는 것이 아니다. 거룩한(?) 2002월드컵이 이 나라 백성에게 남겨준 것은 무엇인가?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6조8천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었으며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상승을 주목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월드컵대회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양극화에 따른 사회분열을 노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에게 남겨진 것은 빛바랜 붉은 티셔츠 한 벌과 몇 조각의 추억뿐이다. 언론과 자본이 월드컵 열기를 통해 진정 의도하는 것은 촌스러운 애국심이 아니라 바로 국가의 이익으로 포장된 자본의 이익일 뿐이다. 왜냐하면 월드컵으로 하나된 우리는 시름을 잊는 것은 물론 자본과 노동의 갈등도 대~한민국을 외치는 가운데 봄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여가활동이나 취미활동과는 차이가 있다. 월드컵이 아무리 ‘화합과 전진’을 내걸어도 태극전사들이 바이킹의 후예나 전차군단과 벌이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라 전쟁일 것이다. 물론 스포츠와 전쟁을 똑같이 볼 수는 없지만 공통적인 것은 맹목적으로 애국심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애국적 분위기는 언론과 자본이 기대했듯이 모든 사회적 갈등과 이슈를 집어 삼키게 되는데, 독일월드컵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은 6.10항쟁같이 지나간 일들만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 우리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한·미FTA 문제 등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자본의 세상을 넘는 첫걸음으로, 애국주의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으로 우리는 기꺼이 월드컵에 굿바이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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