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하늘을 향하여 윙크하는 붉은 장미꽃이 초록 잎새 사이에서 고운 향기를 머금고 6월은 서서히 무더운 여름을 일구어 간다.

밤꽃 내음이 초입부터 흐드러지게 후각을 자극하는 산등성이,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 윤기 흐르는 소나무 숲 사이를 거니노라면 무수한 상념이 오고 간다.

다사다난한 병술년 한 허리가 굽어지려는 6월의 하늘가. 해가 떴는가 하면 어느새 소나기가 몰려오고 앞산이 물안개에 휘말려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변덕스런 계절이다.

예측불허의 날씨처럼 신문이나 텔레비전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몰고 오지만 월드컵은 단연 독보적인 존재임을 어찌하랴.

지구촌의 시선이 하나 되는 2006 독일 월드컵은 지상 최대 스포츠 축제이다. 우리의 붉은 응원단은 그 열기가 하늘을 충천하고 있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승전고만을 기원하고 있다. 국민의 단합된 힘을 과시하는 응원열기를 보면서 퍽 바람직한 국민임을 자부하고 싶다. 국가의 중대사를 같이하는 국민 얼마나 대견하고 소중한 일인가.

6월 13일 밤. 그 짜릿하고 황홀한 밤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우리 태극전사들의 그 붉은 투지와 단결된 팀워크로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온 천지가 용광로가 되어 붉게 타오르지 않았던가. 우리 국민은 하려고만 하면 어떤 난관이 도래해도 꼭 이루려는 투지를 굽힐 줄 모르는 국민이다. 앞으로 남은 모든 축구경기도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기원을 드릴 것이며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는 6월의 하늘 아래에서 6. 25때 숨진 영령들에게 진 빚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6. 25사변을 끝내고 지지리도 가난하던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제를 부흥시켰던 산업전사들의 노고 또한 위대하지 않은가.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이역 타국 땅으로 광부, 간호원이 되어 힘든 역경을 참으며 경제 발전에 큰 몫을 한 모든 분들에게도 영광을 돌리는 6월의 하늘 아래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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